개혁개방 이후 중국의 변화는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거기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으며, 격변의 소용돌이 속에서 중국의 과거는 어떤 엔진 혹은 필터로 작용하고 있는지 충분히 살피려면 그들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 봐야 할 것이다.중국인 인류학자 황수민(미 아이오와주립대 교수)의 '린 마을 이야기'와 베이징에 살고 있는 미국인 작가 피터 헤슬러의 '리버 타운'은 안으로부터 바라본 중국 깊이 읽기라는 점에서 눈에 띄는 책이다.
'린 마을 이야기'는 중국의 한 시골 마을 당 간부의 눈을 통해 중국현대사를 파악하고 있다. 주인공 예윈더는 푸젠성 남부 연안의 농촌인 린 마을의 당 서기다. 중화인민공화국이 세워지기 6년 전인 1943년 농사꾼의 아들로 태어나 당시로서는 드물게 고등학교를 나오고, 그 덕에 공산당 간부가 되어 마을 지도자로 살아가는 그의 인생 역정에는 중국 현대사의 굴곡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지은이는 1985년과 96년 두 차례 린 마을을 방문해 현지조사를 했다. 그 사이 린 마을은 인구가 늘고 부유해졌지만, 범죄가 늘고 빈부 격차가 커졌다. 동시에 민간신앙 등 전통이 되살아 나는 변화를 겪었다. 예 서기도 변했다.
그는 린 마을에서 남부러울 게 없는 사람이 되었지만 과거의 혁명에 대한 향수를 떨치지 못한다. 시내 가라오케에서 흘러간 혁명가요를 부르고, 젊은 여종업원과 술을 마시는 그의 모습에서 지은이는 마르크스주의의 형태를 띤 유토피아적 이상주의가 조용히 냉소주의와 기회주의로 변해버린 개혁개방 이후 중국의 모습을 본다.
내부자의 시선으로 중국 현대사를 해석한 '린 마을 이야기'와 달리 '리버 타운'은 외부에서 들어간 관찰자의 눈으로 중국의 오늘을 말한다.
지은이는 1996년 8월부터 2년간 미국 평화봉사단의 일원으로 양쯔 강변 소도시 푸링에 머물면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꼼꼼하게 기록했다.
쓰촨성에서도 외진 곳에 속하는 인구 20만의 이 작은 도시의 대학에서 그는 영미문학을 가르쳤는데 그때 만난 학생과 주민들, 주변 지역 이야기를 통해 오늘을 사는 중국인의 고민과 기대를 짚어낸다.
그가 푸링에 머문 2년은 대장정 60주년, 덩샤오핑 사망, 홍콩의 중국 반환, 5·4운동 100주년 등 굵직한 사건의 연속이었기 때문에, 그의 관찰기는 더욱 흥미로워졌다. 그는 자신이 26년을 살아온 서구, 특히 미국과는 판이하게 다른 정치·경제·사회제도와 문화 때문에 그곳 사람들과 충돌을 빚기도 하지만, 중국과 중국인을 편견 없이 바라보려고 애씀으로써 비교적 균형 잡힌 시각으로 그들의 삶을 이해하고 있다.
이 책의 장점은 양쯔 강변 풍광과 그곳 사람들의 삶을 손에 잡힐 듯 생생하고 세밀하게 그려낸 데 있다. 매끄럽고 생기 넘치는 문장도 돋보인다.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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