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숙 지음 푸른숲 발행·각 9,000원·초등 저학년한자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사물의 형상을 본따 만든 것이니까, 그 글자가 만들어진 사연을 알면 아무리 복잡한 모양의 한자라도 쉽게 이해하고 기억할 수 있겠다.
갑골문 전문가인 양동숙 숙명여대 교수는 그런 생각으로 어린이에게 들려주는 한자 이야기 책을 썼다. 제 1권 '한자에 세상이 담겼어요'는 한자의 씨앗글자(부수)를, 제 2권 '내 몸에 한자가 숨었어요'는 씨앗글자에서 나온 복잡한 한자를 설명한다.
두 권의 책은 손녀에게 부치는 편지글 형식으로 씌어졌다. 공부하느라 손녀와 흡족하게 놀아주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하는 할머니의 마음이 배어있다.
암기식 공부가 아니라 한자의 원리를 깨달을 수 있도록 세심하게 신경 쓴 흔적이 역력하다. 나아가 한자를 통해 중국의 역사와 문화, 중국 사람들의 사고방식까지 알 수 있게 했다. 한자마다 그것의 원형인 갑골문을 나란히 보여주면서 왜 그런 모양과 뜻을 갖게 됐는지 일러준다. '스스로 자'(自), '아이 자'(子)를 설명하는 대목을 보자.
"눈 밑에 코가 있지? 이 글자는 코를 정면에서 보고 그린 거란다. 이 그림 글자가 바뀌어서 自자가 된 거야. 그런데 우리는 이 글자를 '스스로'라는 뜻으로 쓰거든. 왜냐 하면 중국 사람들은 자신을 가리킬 때 손가락으로 코를 가리켜. 그래서 원래 '코'라는 뜻을 가진 自자를 아예 '자신'이라는 뜻으로 써버린 거야."
"아들 자(子)는 '아이' 모양인데, 왜 '아들'이란 뜻으로 쓰느냐고? 정말 중요한 질문이야. 3,000년 전 상나라 때는 자앙, 자어처럼 子자를 왕자의 이름에 썼던 풍습이 있었단다. 그래서 아이란 뜻에서 아들이란 뜻으로 축소된 거지."
최근 어린이 한자 교육에 대한 관심이 커짐에 따라 관련서가 많이 쏟아지고 있지만 이 책은 전문가가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쉽고 재미있게 풀어쓰면서도 깊이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완성도가 높다. 지은이의 바람대로 어린이들이 옛날 이야기를 듣듯이 편안한 마음으로 만날 수 있는 책이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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