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현이가 많이 다쳤을 텐데…."8일 오전 발생한 경부선 열차 추돌사고로 양 다리를 다쳐 병원으로 후송된 정모(29·여·경북 성주군 성주읍)씨는 아들 이석현(4)군이 숨진 사실도 모른 채 아들이 있는 곳으로 가야 된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정씨는 아들이 수술 중이라는 친지의 말에 "피가 부족하지 않을까"라며 걱정했다.
정씨는 숨진 아들과 방학을 맞은 큰딸(8·초등2년) 등 자녀 2명과 함께 부산 아쿠아리움으로 놀러 가던 길이었다. 이날 아침 아이들에게 새벽 밥을 해 먹이고 정성스레 마련한 음식과 카메라, 옷가지 등을 챙겨 30분 가량 버스를 타고 왜관역까지 가서 오전 6시30분께 부산행 무궁화호 열차에 올랐다. 직장 때문에 남편과 함께 가지 못한 것이 맘에 걸렸지만 차창 밖을 내다보며 즐거워 하는 남매를 보며 마냥 행복감에 젖었다.
하지만 고모역을 지나 몇 분도 되지 않아 '꽝'하는 소리와 함께 6호객차 앞좌석에 타고 있던 정씨와 아들은 의자 밑으로 굴러 들어갔다. 화장실을 간다며 열차 뒤편으로 가 있던 딸은 급히 달려 갔으나 어머니만 의자 사이에 끼인 채 신음하고 있었고 동생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사고소식을 듣고 달려온 정씨의 남편 이모(34)씨는 동생이 안보인다는 딸의 말을 듣고 휴지조각처럼 구겨진 객차 옆에서 발을 동동 굴렀으나 아들이 오전 11시10분께 카메라를 가슴에 품고 숨진 채 들것에 실려 나오는 모습을 보고 넋을 잃었다.
/대구=정광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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