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이런 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가. 일터로 가는 시민을 가득 태운 통근열차가 앞에 서있던 화물열차를 추돌해 100명 가까운 사상자를 낸 경부선 철도사고를 당하고 대구 시민들은 또 한번 혀를 찼다. 지하철 화재로 인한 참사가 완전히 수습되지 않아 아직 정신을 추스르지 못하고 있는 차에, 또 어이없는 사고가 일어난 것이다. 아침 저녁 집과 일터를 나서 이동할 때마다 사고 노이로제에 마음을 졸인다는 얘기가 과장이 아님을 알겠다.8일 아침 동대구 역을 떠난 무궁화호 열차가 10여분 만에 같은 철길에서 신호대기 중이던 선행열차를 추돌한 사고는 아무래도 까닭을 납득할 수 없다. 사고열차 기관사는 "이제부터 통신식 운행을 하겠다고 사령실에 보고하고 나서 갑자기 앞에 장애물이 나타나 급제동 했으나 미치지 못했다"고 말했다.
열차운행은 중앙 사령실 자동통제 시스템으로 돼 있는데다, 요소요소에 신호기가 설치돼 있고, 기관사와 부기관사 2인 승무 체제로 돼 있어 이런 사고는 일어날 수가 없다. 사고지점은 경부고속철도 공사구간으로 신호기 교체공사가 진행 중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통신으로 운행하던 중이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그렇더라도 서있는 열차를 추돌한 것은 운전상식 상 용납할 수 없는 부주의라 하겠다. 설혹 신호등이나 통신 시스템에 이상이 있었다 해도 밝은 날에 그런 과오를 저지른 것은 전문 직업인으로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왜 이렇게 나사가 풀렸을까. 2월에는 서대전 역 부근에서, 5월에는 양산에서 철도사고가 일어나 승객들 가슴을 졸이게 했다. 많은 국민이 걱정하는 것처럼 근로자들이 권리주장에만 신경이 팔려 의무 이행에는 관심이 없어진 것일까. 이래서는 안 되는데, 정말 이래서는 큰일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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