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길승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 향응 파문의 핵심 인물인 청주 키스나이트클럽 소유주 이원호(50)씨가 현직 검사와 청주지검 직원들에게 향응을 제공한 사실이 확인돼 이씨와 청주지검의 유착관계에 대한 감찰이 불가피해지는 등 파문이 법조계로까지 번지고 있다. 청와대와 검찰까지 전방위 로비를 받은 정황이 확인됨에 따라 이씨에 대한 사건무마 과정에 외압과 함께 검찰 내부 압력이 동시에 작용했을 개연성도 커졌다.검사 향응 사실로
청주지역에선 검찰 내부에 이씨의 비호세력이 있다거나, 이씨 수사의 수위를 놓고 내부 갈등이 있다는 설이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검사에 대한 향응은 이 같은 소문이 사실로 드러나는 것은 물론, 검사가 과거의 피의자로부터 접대를 받았다는 점에서 도덕성에 치명상을 안길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향응이 수사무마라는 대가성으로 연결될 경우 사건은 대형 법조비리로 비화할 수 밖에 없다. 실제 이씨가 검찰에 구명 운동을 펼친 흔적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이씨는 10여년 전부터 각종 유흥업소를 운영하면서 이를 단속하는 검찰 인사들과 인연을 맺었고, 또 이 같은 친분을 과시해왔다. 이씨가 하필 청주지검 수뇌부와 절친한 검사장 출신의 A변호사를 선임한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 가능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A변호사는 지난 6월 청주지검을 방문해 지검 간부들을 만나 이씨 내사에 대해 항변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정치권 접근
이씨는 검찰의 칼날을 피하기 위해 정치권에 손을 내밀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오원배 민주당 충북도지부 부지부장을 통해 양 전 실장을 소개 받았고, 수사무마 청탁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또 노무현 대통령 취임식에도 참석, 대선에서 나름대로 공을 세웠다거나, 지난 대선에서 청주지역에서 손가락에 꼽히는 후원자였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지역 정가의 한 관계자는 "이씨가 선거운동에 직접 나서지는 않았으나 사조직을 통해 선거운동을 도왔을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의 고교 동창인 정모(56)씨가 이씨를 포함해, 지역사회에서 정치권에 줄을 대려는 인사들의 창구역할을 했다는 소문도 있다. 정씨는 1993년 C대학 최고경영자 과정을 이씨와 함께 수료한 뒤 가깝게 지내 양 전 실장의 소개자가 정씨라는 말도 많다.
내사 시작 언제부터
검찰이 이씨 주변의 의혹에 대해 조사를 시작한 것은 지난해 3월께. 탈세 등 3,4가지 의혹을 인지해 은밀하게 내사를 벌여왔다. 핵심은 1989년 청주 도심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의 배후라는 의혹. 피살자는 조직 폭력배로 알려진 배모씨로, 이씨에게 오락실 영업권을 요구했다가 거절 당하자 앙갚음으로 이씨를 린치했다. 이 사건은 살인 혐의로 복역 중이던 2명이 2년 전 만기 출소한 뒤 이씨의 살인교사설이 나돌면서 다시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이 사건의 공소시효는 내년 5월. 검찰은 오랜 내사 끝에 이씨가 살인 사건에 연루된 단서를 확보했으나 본격 수사로 진행하지는 않았고, 이즈음 경찰은 이씨의 조세포탈 및 윤락행위방지법 위반 혐의에 대해 수사에 들어갔다.
/청주=한덕동기자 ddhan@hk.co.kr 이준호기자 junh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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