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틀레프 포이케르트 지음 김학이 옮김 개마고원 발행·1만8,000원일상사(日常史)를 통한 역사 연구는 이제 전문 학자가 아닌 일반인에게도 그리 낯선 일이 아니다. 해석의 큰 틀을 제시하지 못한다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일상 연구를 통해 만나는 역사에는 사실의 매력이 넘친다. 구술사의 생생함이란 얼마나 흥미진진한가.
나치 시대 일상사 연구가인 독일 학자 포이케르트(1950∼1989)가 1982년에 출간한 이 책에도 이런 매력은 살아 있다. 더욱이 일상사 연구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나치 시대의 정체를 파악하는 데 매우 유효한 해석의 틀까지 제시하고 있다.
연구는 '작은 사람들(Kleine Leute)' '정상성(正常性)'이라는 키워드에서 출발한다. '작은 사람들'이란 계급의 범주로는 포착할 수 없는 지배되는 사람, 체제의 동력이 아니라 거기에 순응하거나 때로 저항하는 사람을 말한다. 그들의 일상을 형성하는 중요한 주제는 '정상에 대한 희구'이다. 여기서 '정상'이란 일자리와 질서를 말한다. 나치즘의 발생은 이런 정상에 대한 욕구와 밀접하게 연관됐다는 해석이다.
나치즘은 규율이라는 사회 규범을 강제하는 수단으로 인종주의를 적극 활용했고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작은 사람들'과 부딪칠 수밖에 없었다. 저자의 나치 해석은 바로 이 대목에서 근대화를 감시와 통제, 규율화의 과정으로 파악한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와 닿는다. '에델바이스 해적'이나 '스윙 청소년'이라는 반 나치 청소년 그룹을 통해 저자가 논지를 풀어나가는 과정이 흥미롭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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