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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심 활짝피는 꿈의 도서관 만들거예요"/평창폐교에 어린이 도서관 여는 이선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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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심 활짝피는 꿈의 도서관 만들거예요"/평창폐교에 어린이 도서관 여는 이선철씨

입력
2003.08.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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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폐교(廢校)에 살면서, 돈벌이는 서울에서 하고, 그 폐교에 지역주민을 위한 문화공간을 운영하는 삶. 도시인들은 상상도 하기 어려운 삶이지만 정말 이렇게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김덕수 사물놀이패와 자우림 등의 공연 및 음반 제작으로 대중문화계에서 꽤나 이름이 알려져 있는 이선철(37·폴리미디어 대표·사진)씨.

지난해부터 강원도 평창군 이곡리 폐교를 임대해 살고 있는 그는 최근 폐교의 교실 한 칸에 마을 어린이 등을 위한 '감자꽃 도서관'을 만들었다. 주위에서 기증 받고 사비까지 털어 마련한 책이 이제 3,000여권 가까이 모여 이 달말이면 주민들에게 정식으로 선보이게 된다.

감자꽃 도서관을 열기로 한 것은 마을 사람들을 위한 '문화체험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였다. 지난달 동네 아이들 35명을 서울로 초청해 자신이 운영하는 대학로 폴리미디어 씨어터에서 '내 사랑 DMZ'라는 뮤지컬을 보여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아이들이 어찌나 좋아하던지…저도 놀랐어요." 이씨는 감자꽃 도서관을 폴리미디어 직원인 동화작가 이남영(32)씨가 지도하는 어린이 글짓기 교실은 물론 어른들을 위한 동네 사랑방으로 쓰게 할 생각이다.

서울 토박이로 일 때문에 대학로와 청담동을 오가면서도 자연친화적인 삶을 꿈꾸던 차에 건강이 나빠져 시골살기를 결심한 이씨는 애초부터 폐교를 별장처럼 이용하지 않겠다고 작정했다.

지역 주민들로부터 고립된 삶은 문화를 기획하는 그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폐교는 마을 사람들에게 잃어버린 꿈과 희망의 상징과 같아요. 학교를 열어 그것을 다시 찾아주고 싶었습니다."

단국대 대중문화예술대학원 겸임교수이기도 한 그는 주초에는 서울에서 일을 보지만 나머지는 평창에서 글도 쓰고 구상도 하며 동네 사람들의 대소사에 동참한다. 주민등록도 아예 옮겨 버렸다. 처음에는 수도를 끊어 놓았을 정도로 거부감을 보였던 동네 주민들은 이제 마을에서 가장 젊은 어른인 그를 반가운 이웃으로 여긴다.

이씨에게 평창에서의 삶은 대단히 즐겁다. 서울살이에서는 깨닫지 못한 느리게 사는 법, 자연 속에서 사는 법을 하나하나 깨우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기획자답게 자신이 누리고 있는 삶의 방식을 하나의 트렌드로 만들고 싶어 한다. 유기농, 채식주의 나아가 지역 농산물의 브랜드화까지 생각하고 있을 정도다.

이미 온라인을 통해 취향과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 사이에 느슨한 네트워크를 만들기 시작했다.

"스스로를 세상으로부터 격리시키고 투쟁하듯 살거나 단순히 건강의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보다는 즐기면서 실천할 수 있는 자연친화적 삶이 앞으로 더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얻을 것"이라는 게 그의 믿음이다. 감자꽃 도서관으로 몰려오는 아이들의 웃음은 그의 믿음을 더욱 굳건하게 만들 것이 틀림없다.

/김지영기자 koshaq@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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