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이 7일 북한의 안보 우려를 수용하는 방안으로 6자회담 당사국의 대 북한 비적대적 의사 공동 확인과 미 의회의 결의안 채택을 거론함에 따라 북미간 핵심쟁점 해결의 돌파구가 열릴지 주목된다. 파월 장관이 언급한 대북 안전보장 방안을 향후 6자회담에서 미 정부가 북한에 제시할 최종안으로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 그러나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에게 대북한 핵정책 검토 결과를 보고한 다음날 나온 파월의 발언은 상당한 무게가 실려 있다고 봐야 한다.'파월 이니셔티브'는 의회 비준이 필요한 불가침 조약이나 협정 형태의 안전보장은 수용할 수 없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대신 6자회담의 당사자들이 공동으로 안전보장 문서를 만들고, 미국은 의회 결의안을 통해 이 문서의 효력을 보증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다자 합의의 결과를 의회가 '축복'하는 이중의 안전보장 장치인 셈이다.
미 상·하원이 합동으로 상정할 수 있는 결의안은 법적 구속력이 강한 '합동결의(Joint Resolution)'와 법적 효력도 없고 대통령의 서명도 필요 없는 '동일결의(Concurrent Resolution)'로 대별된다. 이라크 전쟁 결의안이 전자라면 후자는 '한인 이민 100년 기념 결의안'이 대표적이다. 파월의 생각이 어느쪽에 가까운지는 알 수 없지만 전문가들은 미 정부가 법적 구속력을 갖는 방안에 거부감을 표시해 왔다는 점에서 후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파월 장관이 6자회담을 앞두고 미국의 대북 안보보장책을 적극 '홍보'하고 있는 것도 의미심장하다. 의회에는 협조를 구하고, 정부 내 매파에게는 견제구를 날리면서 북한의 태도 변화를 유도하려는 다목적의 포석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북한의 반응이다. 상·하원 결의안을 통한 안전보장 방안은 북미간 합의 문서를 의회 지도자들에게 설명하는 것으로 의회의 동의를 구했던 1994년 제네바 핵 합의에 비하면 진일보한 형식이다. 내용 면에서도 제네바 핵 합의가 비(非) 핵보유국에 대한 핵 보유국의 '핵 불사용 보장'이라는 소극적 안전보장이었다면 의회 결의안은 불가침 보장의 범위를 보다 확장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파월 구상의 본질은 '정치적 보장'에 가까워 미국의 안전보장 약속을 법률적 테두리에 옭아매려는 북한의 생각과는 큰 차이가 있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북한이 과연 법적 구속력을 갖추지 않은 형태의 결의안에 만족할 수 있겠는가 하는 의문이 있다"며 "북한은 불가침조약 요구를 거두지 않으면서 미국과의 협상에서 보다 많은 과실을 따려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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