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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리뷰/농협 권총강도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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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리뷰/농협 권총강도 미스터리

입력
2003.08.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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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경기 파주시에서 발생한 농협 총기강도 사건의 범인들은 범행에 사용할 총기와 차량, 도주로를 미리 확보한 뒤 사전답사까지 하는 등 범행을 치밀하게 준비했다. 그러나 훔친 차량의 번호판도 바꾸지 않은 채 범행에 이용하고, 일반적인 권총강도와 달리 사건 현장에서 총기를 발사해 흔적을 남기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적도 함께 남겨 수사관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있다.범인들이 범행에 사용한 차량은 지난달 25일 경기 고양시에서 강탈한 진녹색의 'EF쏘나타'. 승용차를 빼앗긴 소유자의 신고로 경찰이 즉각 차량수배에 나섰음에도 범인들은 버젓이 훔친 승용차의 번호판을 단 채 범행에 나섰다. 한 수사경찰관은 "도난 차량을 범행에 이용하는 범인들은 검문검색을 피하기 위해 통상 번호판을 다른 것으로 교체하기 마련"이라며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특히 이들이 훔친 차량은 'EF쏘나타' 차종 가운데서도 드문 진녹색. 하지만 3일째 경찰 수색을 따돌리고 있어 이들이 '엉성한' 범인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범인들이 이 지역 지리에 아주 밝아 검문을 일일이 피해가는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범인들은 또 승용차를 강탈할 때 현장에 농협을 털면서 쏜 실탄과 동일한 종류의 실탄 1발을 떨어뜨리는 '실수'도 저질렀다. 경찰이 현장에서 발견한 38구경 실탄은 범인 추적의 결정적 단서가 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범인들은 차량을 강탈하면서 피해자에게 인상착의를 노출하는 실수도 저질렀다. 범인들로부터 둔기를 얻어맞은 노모씨는 "당시 술에 취해 얼굴은 기억나지 않지만 한 사람은 30대 초반, 다른 한명은 20대 중반쯤"이라고 기억해 냈다. 범인들의 결정적인 실수는 강도 현장에서 총기를 발사한 것. 수사 경찰관은 "총기 강도가 총을 쏘는 것은 살인범이 사건 현장에 지문을 남기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당시 직원들을 긴급히 제압할 상황도 아니었는데 총을 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명수기자 lacero@hk.co.kr

경찰은 8일 "범인들이 범행에 쓰인 뉴EF쏘나타 승용차를 이용, 범행시간(6일 오후 4시25분) 전에 2차례에 걸쳐 농협 앞길을 오가며 타이밍을 노린 사실을 목격자 진술을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에 따라 CCTV를 정밀분석, 범인들의 체격과 연령대가 비슷한 손님들을 추려내고 있다. 경찰은 이날 범인 체포에 1,000만원의 현상금을 걸고 차량 수색 및 검문검색 범위를 전국으로 확대했다.

/파주=이연웅기자 yw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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