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헤그스트롬 지음·김택 옮김 휘슬러 발행·1만5,000원탐정과 투자가는 어떤 관계가 있는가. 범인을 찾아내는 탐정과 이익이 많이 나는 좋은 주식을 골라내는 투자가는 본질적으로 같다는 것이 저자의 답변이다.
대학 시절 호텔에서 야간 근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기 위해 추리소설을 읽다가 홀딱 빠지면서 저자는 투자 연구와 추리소설의 연관성에 주목하게 됐다. 미스터리를 해결한다는 것이나 어떤 증권의 가치를 정확히 평가하는 것이나 근본적으로 비슷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추리소설이나 투자는 둘 다 퍼즐이나 다름없다. 탐정의 임무가 혐의자가 진범이냐 아니냐를 결정할 수 있는 단서를 찾아내는 것이라면, 증권 투자가의 임무는 기업의 각종 자료를 수집해 그 기업의 가치가 시장에서 주가란 형태로 정확히 평가되고 있느냐를 가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유명한 탐정 3명을 등장시킨다. 에드거 앨런 포의 오귀스트 뒤팽,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 G K 체스터튼의 브라운 신부 등이다. 이들이 작품 속에서 사건을 어떻게 해결했는지를 살펴본 후, 이들이 월 스트리트에 나타난다면 어떤 행동을 할까를 생각해 본다. 뒤팽은 상식을 거부한 외로운 천재의 혜안을 가지고 있어서 자료에 의한 자료를 위한 자료의 투자를 한다. 셜록 홈즈는 불가능한 것을 없애면 진리가 남는다는 신념으로, 투자에서 관찰과 추리를 중요시한다. 조용한 논리의 날카로운 양날을 가진 브라운 신부는 성직자답게 가치 분석의 심리투자를 우선한다. 명탐정들의 추리 기법과 정신 상태를 잘 관찰하면 투자에 상당히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기본 전제다.
그러면 누구나 배울 수 있는 것인가. 명확히 밝히지는 않지만, 저자의 대답은 '노'다. '진실한' 투자자, 그것도 장기적 투자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경우에만 가능하다. 이 책의 매력도 바로 여기에 있다. 저자는 처음부터 이 책이 투기꾼이나 단타 매매꾼을 위한 것은 아니라고 잘라 말한다. 탐정과 투자자를 연계 시키면 어쩐지 '감'에 의한 투자가 떠오르지만 이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추리 소설에는 수많은 인물이 등장하지만 진정한 주인공은 한 명 뿐이다. 범인을 잡고 사건을 해결하는 것은 이성적 판단에 의해서만 가능하기 때문에 추리소설의 진정한 주인공은 이성이라고도 할 수 있다. 투자도 마찬가지여서 투자대상 물색에 도움이 되는 것은 이성이다. 분석하지 않는 투자자는 언제나 가난하며, 시장은 추측과 감각에게 승리를 알려주지는 않는다. 그래서 당연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투자의 최종 책임은 언제나 투자자 자신에게 있다는 것이 이 책의 결론이다.
이 상 호 논설위원 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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