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그랜드슬램과 9회말 짜릿한 끝내기 스리런홈런….고교야구 최대의 제전 봉황대기가 명성에 걸맞은 명승부를 연출하며 관중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7일 동대문야구장에서 계속된 제33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한국일보사 일간스포츠 대한야구협회 공동주최) 사흘째 1회전에서 분당야탑고와 청원고, 인천고, 배재고가 2회전에 진출했다. 전날 폭우로 중단됐다가 이날 속개된 경기에서 야탑고는 7―9로 패색이 짙던 9회말 1사 1,2루서 터진 강병구의 대회 첫 끝내기 홈런에 힘입어 대전고를 10―9로 따돌렸다. 화랑대기 4강팀 청원고는 원주고를 7―0, 7회 콜드게임으로 꺾고 첫걸음을 경쾌하게 내디뎠다. 인천고는 이웃사촌 부천고를 4―2로 제쳤다. 배재고는 방기현이 만루홈런과 투런홈런을 터트리는 연타석 홈런에 힘입어 경기고를 15―6으로 완파했다.
야탑고―대전고
'고교야구는 바로 이 맛이야.' 대회 초반 최대의 짜릿한 역전극이었다. 지난해 등록선수 13명으로 창단 5년만에 첫 전국대회 8강에 오른 '괴물팀' 야탑고가 또다시 각본 없는 역전드라마를 연출했다.
출발은 불안했다. 대전고 타선이 일찌감치 야탑고 좌측 그라운드를 초토화시키며 4―0으로 기선을 잡은 것. 7회 초 점수는 4―9까지 벌어졌다. 6―9까지 따라붙은 야탑고는 9회말 윤석민이 3루땅볼로 아웃되고 후속타자 이재엽이 우전안타로 진루했을 때까지도 역전낌새를 눈치챈 사람은 없었다. 유병조의 좌전적시타가 폭발하며 7―9,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1사 1,2루. 3루쪽 야탑고 응원석이 "해보자"는 기대감으로 술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날 삼진 8개를 뽑아내며 고비때마다 야탑고의 추격에 찬물을 끼얹었던 대전고 선발 최효근의 역투가 더 커보였던 게 사실. 야탑고의 해결사 강병구의 타석. 관중석이 크게 들썩였다. 이어 호쾌한 좌월 3점 역전홈런. 대전고 선수들은 고개를 떨궈야 했다.
청원고―원주고
청원고의 폭발적인 화력에 원주고가 허망하게 무너졌다. 청원고 선발 전영환은 5이닝동안 무안타 1볼넷 무실점 호투, 완벽하게 틀어막았다. 청원고는 9명 타자중 1명을 제외하고 전원 안타를 터뜨리며 대회 첫 콜드게임을 기록했다. 청원고는 현대구단에 신인 2차 1번(계약금 1억5,100만원)으로 지명된 청소년대표 좌완 오재영을 아껴둔 채 2회전을 대비했다.
인천고―부천고
올 대통령배에서 강호 광주동성고를 꺾고 4강에 올랐던 인천고의 낙승. 2회 반재륭의 좌월 솔로포와 3회 김영재의 적시 타점 등으로 4점을 뽑아 일찌감치 부천고의 혼을 빼놓았다. 부천고는 6회 2사3루와 9회 2사만루 등 추격찬스를 번번이 놓치며 2점을 얻는데 그쳤다.
배재고―경기고
배재고 4번 타자 방기현은 대회 첫 그랜드슬램과 연타석 홈런의 주인공이 됐다. 1회 무사 만루에서 좌측 담장위로 포물선을 그린데 이어 2회 1사 1루에서 좌월 투런포를 쏘아올린 것. 5타수 3안타 8타점. 배재고는 2회말 7―6으로 쫓겼으나 7회와 9회 각각 4점씩 보태 멀찌감치 달아났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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