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길을 걷다 검문소에서 총을 든 열 살 소년병을 마주치는 것보다 더 끔찍한 일이 있을까요."4일 MSNBC와의 인터뷰에서 라이베리아 구호활동에 참가 중인 유엔아동기금 직원 닐스 카스버그 씨는 내전 참가자의 절반 이상이 18세 이하의 미성년자라며 "어린이들이 전선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실제로 라이베리아 곳곳에선 총을 든 소년병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정부군의 7월 징병 기록에서는 9세 어린이의 이름이 발견되기도 했다. 양대 반군세력 역시 어린이들을 징집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걸 보면, 18세 미만의 소년병 징집을 금지한 2000년의 제네바 의정서는 적어도 라이베리아에선 의미 없는 규정이 됐다.
이들 소년들의 대부분은 강제징집 됐거나 부모의 복수를 위해 총을 들었지만, 내전의 혼란 속에서 살아 남기 위해 입대한 경우도 있다. 많은 소년병들은 성인들에 비해 위험한 임무에 투입되고 있다. 최전방에 총알받이로 몰려 엄청난 사상자를 내기도 하고 지뢰밭에 길을 내는 일을 맡기도 했다. 또 여자 어린이들은 병영 내에서 군인들의 성적 노리개가 되기도 했다. 공포를 잊기 위해 각성제나 마리화나, 술 등에 취한 채 전투에 투입된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4일 몬로비아 공항에 유엔평화유지군이 도착하면서 현지 활동가들 사이에서는 이들 소년병에 대해 사면 등 적극적인 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한 소년병들을 사회로 복귀시키기 위한 프로그램의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도 있다. 테일러 정권이 출범한 1997년 당시에도 7년 내전에 참여했던 소년병 출신이 2만 명 가량 됐다. 그러나 당시 테일러 정부는 이들 소년병 출신들을 무장해제 시키는 데 그쳤을 뿐 교육이나 취업을 통한 사회화의 기회를 주지 않았다. 결국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소년병들은 이후 범죄조직에 가담하거나 지역분규에 용병으로 참가하면서 내정 불안의 주범이 되었다.
이번 내전의 최대 희생자인 이들 소년병을 끌어안는 문제는 라이베리아 평화정착의 열쇠가 될 전망이다.
/전성철기자 for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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