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서울 시내에서 택시를 탔다. "청계천 복원 한다고 밀릴 줄 알았는데 잘 뚫리네요?" 라고 했더니 기사 양반 왈, "그렇지도 않아요. 지난 토요일엔 대단했다구요. 백화점 세일까지 겹쳐서."그래서 내가, "앞으로 시내 나올 때는 대중 교통을 이용해야겠네요." 라고 말하자 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흥, 누구 좋은 일 시키려구?"
그분의 주장은 오묘하다. 내가 대중 교통을 이용하면 그렇지 않은 누군가가 반사적으로 이익을 누리게 된다는 것이다. 자기는 버스 타고 시내 나가는데 누구는 승용차에 홀로 앉아 편안히 종로 거리를 질주하고 있으면 화딱지가 난다는 것이다.
"그래도 대중 교통은 더 싸니까 이용하는 사람도 이익 아닐까요?" "그래도 내 덕분에 빨리 가는 놈이 있다는 건 기분 나빠요."
경제학은 '합리적으로 소비하는 인간'을 가정한다. 서울시의 홍보도 그 가정에 기반하고 있다. '대중교통은 싸다. 조금만 편리해지고 빨라진다면 당연히 그것을 이용할 것이다.' 그러나 고전경제학이 고려하지 않은 것은 인간의 심통이다. 일단 심통이 나기 시작하면 약간의 경제적 손해는 기꺼이 감수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새삼 알았다. 심통의 경제학, 이거 무섭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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