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사가 노조의 경영참여에 합의한 것은 우리 노사관계사에 분수령이 될 중대한 사건이다.노조의 경영참여 형태는 경영정보 공유, 협의기능 확대, 정책결정권 부여 등 세가지로 대별할 수 있다. 먼저, 경영정보 공유는 노조가 회사의 경영실적에 맞춰 임금을 요구하는 합리적 교섭을 유도하는 한편 근로현장정보를 경영에 폭 넓게 반영하여 각종 비용을 절감시키는 순기능이 있다.
경영정보 가운데 인수·양도·합병과 같이 민감한 전략정보는 노조에 사후 통보하는 방식을 택할 수 있다. 두 번째로, 협의기능 확대는 느슨한 형태의 경영참여로 노사간 협의 수준의 제고 및 활성화가 그 핵심이다. 우리나라의 현행 관계법에도 그 같은 노사 협의기능의 근거가 마련되어 있다. 그럼에도 협의기능은 적대적 노사관계에 의해 짓밟혀 유명무실해진 지 이미 오래다. 마지막으로 정책결정권 부여는 노사가 공동으로 경영정책을 결정하는 것으로서, 유럽형 사회주의 방식이다.
이 가운데 노조가 경영정책 결정에 참여하는 방식은 사용자의 폐쇄적 독단을 막는다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는 등 부작용이 드러나 유럽 각국에서도 청산되는 추세다. 반면 경영정보 공유는 최근 영미형 인사관리 개혁의 핵심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기업들조차 사용자의 정보독점을 해소하기 위해 종업원과 최고경영자(CEO)간에 정보공유의 폭을 넓히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에 힘을 쓰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노조의 경영참여 방식에 대한 논의와 검토가 활발하나, 대부분 '정보 공유'와 '정책결정 참여' 중 어느 하나에 집착하는 이분법적 논쟁으로 흐르고 있다. 한마디로 우리 경제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일도양단식 소모전인 셈이다.
이런 관점에서 현대차의 합의 내용을 살펴보자. 이번 합의 사항은 2001년 이 회사의 노사 임단협 내용과 큰 차이가 있다. 인수·양도·합병 및 기술적 이유에 따라 생산변경이 필요한 경우, 그리고 해외에 투자할 경우 회사가 노조와 사전 합의키로 한 것이 핵심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국내 생산량도 2003년 수준을 유지키로 노사가 합의했다.
이런 합의 내용에 대해, 민간기업 내부의 일이니 제3자는 왈가왈부하지 말라고 한다면 이는 매우 무책임한 태도이다. 왜냐하면 한 기업의 경영 제약은 생산원가를 증가시킬 것이고, 그 비용의 상당부분이 소비자가격에 반영될 수 밖에 없으며, 하청업체에 비용전가가 이루어질 게 자명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현대차의 주식가치가 떨어져 결과적으로 국부가 유출되고, 일자리 감소 등 많은 연쇄적 파장을 일으키게 된다. 결국 막대한 사회적 비용의 유발이 불가피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대차의 이번 합의 내용은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미래의 국가경쟁력과 공익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 깊이 인식해야 한다. 더욱이 현대차의 이번 교섭결과는 국내 전체 노사관계에 미칠 파장이 엄청나다.
여기에는 현대차의 사용자측과 정부 모두에 책임이 있다고 지적할 수밖에 없다. 현대차는 그동안 축적한 인사관리의 노하우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채 불과 몇 년 후를 내다보지 못하는 근시안적인 사고로 노조와 쉽게 악수를 했다. 정부의 책임도 크다. 사외대체근로 금지, 직장폐쇄 요건의 경직, 파견근로범위의 제한 등 쟁의 발생시 사용자가 의지할 수 있는 수단을 제한하는 비합리한 제도가 그대로 남아있는 상태에서 일찍이 전례가 거의 없던 긴급조정권까지 발동하겠다며 사측을 압박했다. 국민경제와 공익을 고려치 않은 현대차의 이번 합의는 두고두고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유발할 것이다.
조 준 모 숭실대 교수·노동경제학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