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20/30]여우와 호랑이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20/30]여우와 호랑이

입력
2003.08.08 00:00
0 0

이런저런 영어 학습법들이 영어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한국인의 귀를 솔깃하게 만들고 있다. 영어 학습법을 소개하는 어떤 분은 자신의 영어가 미국 현지의 영어와 가장 가깝다고 주장한다. 미국에 살아보지 않은 한국인들은 "그런가 보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외국인을 위한 영어 교사를 양성하는 TESOL(Teachers of English to Speakers of Other Languages)을 공부하다 보니 우리 현실이 다음 우화에 나오는 상황과 너무 비슷하다.옛날에 여우 한 마리가 살았다. 그 여우는 요즘 최신 유행인 호랑이어를 참 잘하는 친구였다. 그런데 여우는 동네에 자신보다 똑똑한 여우도 별로 없고 따분한 동네 형편이 마음에 안 들었다. 옛날보다는 먹이가 많이 들어와서 살기가 훨씬 좋아졌다고는 하는데 맛있는 것들은 거의 없었다. 이런 참에 여우는 호랑이 동네에서 최신 패션 유행을 배워오면 친구들이 자신을 알아주고 재미도 있을 것 같아 호랑이 동네로 떠났다.

과연 호랑이 동네는 달랐다. 호랑이말고도 수십 마리의 잘 나가는 여러 동물들이 다양한 억양으로 호랑이어를 흉내내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 친구들의 패션 역시 호랑이 가죽만큼 화려했고 주변의 내로라 하는 호랑이들과도 어울려 꽤 재미있게 살고 있었다. 그걸 본 여우는 내심 호랑이어를 제대로 구사할 수 있을 지가 걱정이 되었다. 여우에게는 혀를 살짝 꼬아야 하는데다 목청까지 떨어야 하는 호랑이어가 아무래도 쉽지않았다. 여우는 혼자서 열심히 호랑이 텔레비전을 봤고 패션도 흉내냈지만 열등감은 날로 커졌다.

여우는 심란해서 자신을 잘 대해주는 수석 디자이너 호랑이한테 찾아갔다. 그 호랑이는 여우에게 호랑이어와 패션감각이 많이 좋아졌다고 칭찬하면서 잘 아는 여우 한 명을 소개 시켜주겠다고 했다. 그 여우는 태어날 때부터 호랑이 동네에서 살아 여우들에게는 호랑이 굴의 일원으로 대우받았다. 그런데 그 수석 디자이너 호랑이의 말이 정말 엽기다. "걔 참 호랑이어 잘해."(앗, 그 친구도 여전히 아웃사이더!).

여우는 호랑이 동네 골방에서 몇 년간 칩거하며 호랑이어와 패션감각을 흉내낼 정도는 되었다. 지금 바로 이 순간 그 여우 골에서 "호랑이 동네는 말이야…, 호랑이 동네는 이러는데 말이지…, 우리는 아직 멀었어"라고 말하는 그 여우의 큰 소리가 들린다.

주 영 빈 미 듀크대 TESOL 과정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