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 만에 찾아온 살인적인 폭염으로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는 유럽 곳곳에서는 재난 소식과 함께 화제거리도 속출하고 있다. 6일까지 유럽에서 폭염과 산불로 숨진 사람은 최소 37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폭염은 9월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여 피해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서늘한 날씨가 특징인 영국도 유례가 드문 폭염에 당황하고 있다. 런던 기온이 사상 최고치를 돌파, 6일 섭씨 35.4도를 기록하는 등 불볕 더위가 계속되자 철로가 늘어나 열차가 탈선하는 사고를 우려해 런던 당국은 열차 운행속도를 시속 60마일(96㎞)로 제한하는 이례적인 조치를 취했다. 런던의 유명한 런던아이(London Eye) 전망대는 내부 기온이 30도를 넘어서면서 가동이 중단됐다.
○…유럽의 포도 경작자들은 이번 폭염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어 눈길. 많은 일조량이 포도 숙성을 촉진하고 당도를 높이는 효과가 있어 고품질의 포도를 수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폭염이 포도 수확량의 감소를 가져오긴 하지만 품질이 높아져 가격이 상승하면 이를 상쇄하고도 남는다는 설명이다. 포도주 전문가들은 과거의 경험상 2003년 산 포도주가 멀지 않아 '명품' 대열에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르비아 다뉴브강에서는 폭염과 가뭄으로 강바닥이 보일 정도로 수량이 줄어들면서 침몰했던 나치 독일의 전함이 모습을 나타냈다. 세르비아 동부 프라호보 인근의 강에서 모습을 드러낸 이 녹슨 전함은 60여년 전 2차 세계대전 당시의 독일 흑해함대 소속으로 추정된다. 다뉴브강의 수심은 최근 3∼4m가량이나 줄어들어 곳에 따라 겨우 3m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그리스에서는 기온이 치솟으면서 택시 에어컨 사용량이 늘자 택시 운전자들이 에어컨을 틀 때마다 추가요금을 받고 있다고 BBC 방송이 전했다. BBC 방송은 아테네 특파원이 에어컨을 튼 택시를 타고 미터기 요금의 2배를 요구 받은 일을 전하면서 택시노조 또한 이 같은 관행을 묵인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스웨덴 북부 우메아시에서 버스운전사 매츠 룬트그렌씨는 날씨가 너무 더우니 반바지 착용을 허용해줄 것을 회사에 요구했으나 거절 당하자 반바지 대신 치마를 입고 운전대를 잡는 기발한 생각을 실천에 옮겼다. 회사 복장 규정에는 긴 바지와 함께 치마를 허용하고 있는데 치마가 여성에게만 해당된다는 조항은 없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크로아티아의 파그 섬에서는 가뭄이 계속되자 주민들에게 세차, 정원에 물 뿌리기, 해변에서의 샤워 등을 금지시켰다. 크로아티아에서는 연못과 강의 물고기 수천마리가 가뭄으로 떼죽음을 당했다.
○…유럽의 폭염과 가뭄은 아프리카 사하라사막 주변지대에서 발생하는 건조한 계절풍이 예년과 달리 강력한 위력을 발휘한 반면 대서양에서 불어오는 습윤한 바람이 힘을 쓰지 못하기 때문인 것으로 기상학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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