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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미네이터 정치무대로

입력
2003.08.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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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크라멘토(캘리포니아주 주도)로 가서 주정부를 청소해 버리겠다."영화 '터미네이터'의 주인공으로 유명한 할리우드의 근육질 스타 아놀드 슈워제네거(56)가 6일 캘리포니아 주지사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이날 NBC 방송의 투나잇 쇼에 출연해 382억 달러의 예산적자를 내는 바람에 주민소환투표를 받게 된 그레이 데이비스 주지사(민주당)를 비난하며 출마 의사를 밝혔다.

캘리포니아주는 주민 160만명이 주지사 소환투표를 발의함에 따라 10월7일 현 주지사에 대한 신임투표와 동시에 후임 지사 보궐선거를 실시한다. 이번 선거에는 이미 120명 이상의 후보들이 등록했다.

오스트리아 태생의 공화당원인 슈워제네거는 "정치인들이 빈둥거리고 서툰 짓을 하는 통에 일을 그르쳤다. 그레이 데이비스가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를 소환하기 위해 주지사 후보로 나서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슈워제네거는 최근 주민소환투표가 거론되면서 출마설이 계속 나돌았으나 자신은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었다. 여기에는 부인 마리아 슈라이버가 대표적인 민주당 집안인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조카라는 미묘한 입장이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는 공화당 잠재 후보군 중 선두주자로 지목돼온 리처드 리오던 전 로스앤젤레스 시장 등이 지지 의사를 밝히자 출마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슈워제네거는 공화당원 중에서도 온건파로 분류된다. 그는 경제정책에서는 보수적이지만 사회문제에서는 자유적인 성향을 보여왔다. 낙태에 대한 임신부의 선택권을 지지하고 동성애자 권리에도 우호적이다.

이번 보궐선거는 주민소환투표의 정당성 여부에 대한 논란으로 전국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막대한 재정적자가 데이비스 지사의 책임이라기보다는 실리콘 밸리 등 IT산업 불황이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데이비스 지사 인책론은 민주당의 텃밭인 캘리포니아주를 먹으려는 공화당측의 음모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캘리포니아주는 1966년 배우 출신인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주지사에 당선되면서 백악관을 향한 길을 닦은 곳이기도 하다.

/배연해기자 seapow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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