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은 특히 8월이 위험한 때다. 추측이 난무하기 때문이다." 6일 오전 뙤약볕이 내리쬐는 텍사스 크로퍼드의 간이식당 앞에서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자신의 재선 내각에 콜린 파월 국무장관이 불참할 뜻을 통보했다는 워싱턴 포스트의 보도를 '8월의 추측'으로 몰았다.의회가 휴회하고 연방정부 관리들이 휴가를 떠나는 워싱턴의 8월은 정치와 행정의 휴지기이다. 미 언론의 입장에서 보면 일년 중 가장 뉴스거리가 나오지 않는 기간이기도 하다. 이 보도의 하한기를 맞아 또 하나의 추측 기사가 생산됐다는 부시 대통령의 조롱 섞인 발언은 '파월 퇴진설'의 파장을 잠재우기 위한 가장 강력한 수사다.
부시 대통령의 이런 불끄기 노력에도 '8월의 추측'은 좀처럼 가라앉을 것 같지 않다. 파월 장관의 부시 2기내각 불참 통보가 사실이냐 아니냐를 따지는 것은 이번 파문의 이면을 꿰뚫는 독법(讀法)이 아니다.
파월 장관의 2기 내각 불참설이 불거진 이면에는 미국의 대외정책을 둘러싼 매파와 비둘기파의 갈등이 도사리고 있다. 뉴욕 타임스 여성 칼럼니스트 모린 다우드는 이번 파문을 "국무부에 대한 네오콘(Neocon·신보수주의자)의 쿠데타"로 규정했다. 그의 주장은 부시가 재취임할지도 모를 2005년1월을 17개월이나 앞두고 파월의 재임명 포기설이 터진 배경을 이해하게 해주는 또 다른 '추측'이다. 그는 절름발이 비둘기(파월)를 절름발이 오리(레임 덕)신세로 만들기 위한 네오콘의 음모가 성공할 경우 그들의 다음 목표는 북한이 될 것이라고 썼다. 그의 지적대로 매파와 비둘기파의 노선투쟁 결과가 한반도의 운명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는 데에 생각이 미치자 온몸에 한기가 흐른다.
김승일 워싱턴특파원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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