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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 내가 사랑하는 공간 /디자이너 트로아조의 거실

입력
2003.08.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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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이제 잠만 자는 공간이 아니다. 집은 개성과 삶의 방식을 표현하는 또 하나의 자신이자 사랑하는 이들이 함께 기거하는 보금자리다. 인간이 없는 집과 인테리어는 무의미하다. 아름다운 사람과 그들이 사랑하는 공간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창조적 화려함'. 사람들이 패션 디자이너라는 직업에서 가정 먼저 떠올리는 이미지다. 소위 '사람의 날개'를 만드는 이들의 집 역시 화려하고 컬러풀한 물건들로 가득 차있으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디자이너 트로아조(63)의 집에서 가장 먼저 받는 느낌은 '조용함'이었다. 그녀는 서울 이태원에 있던 집과 삼성동 매장을 굳이 매일 힘들게 오갈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 3년 전 옷 만드는 공장이었던 매장 6층을 집으로 개조해 살고 있다. 예순을 넘긴 나이에도 트렌드에 민감하고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하기로 유명한 그녀이기에 앤티크풍의 가구와 소품도 이사할 때 새로 구입한 것인지 묻었다. 그녀는 손사래를 쳤다.

"새로 산 가구는 정말 하나도 없어요. 근래 앤티크가 유행해서 그런지 사람들은 모두 제가 이 가구들을 마구 사들였다고 생각하더군요. 그렇지만 오래 가지고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골동품 느낌이 나는 것 뿐이지, 고가의 앤티크 가구는 하나도 없습니다."

조목조목 따져보니 가구는 가족 만큼이나 오랜 시간을 그녀와 살아왔다. 흰색 소파는 30년, 현관의 장은 40년, 흔들의자는 35년, 목재 침대도 25년…. 뉴욕과 서울을 오가며 활동한 그녀이기에 가구들은 때로는 창고에, 때로는 다른 사람의 손에 맡겨져야 하기도 했다. 새 집을 마련하면서 거의 모든 가구들은 다시 돌아왔다. 그녀는 돌아온 가구들을 깨끗이 닦고 커버를 갈고 벗겨진 곳을 칠해 새것처럼 되돌렸다. 벽지 없이 거친 콘크리트가 그대로 드러난 벽과 천장은 오랜 향기가 묻어나는 가구들과 어울려 독특한 느낌을 낸다.

그녀는 집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공간으로 거실을 꼽았다.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해서만은 아니다. "친한 이들을 초대해 음식을 대접하는 것은 저에게 큰 즐거움입니다. 살다 보면 의도하지 않게 도움을 주고받는 일이 많죠. 고마운 분들이 이 거실에 모여 제가 만든 음식을 먹으며 흐뭇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제 삶에서는 매우 중요합니다."

그녀의 집에서 유일하게 벽지가 발라진 공간은 우습게도 욕실이다. 타일 대신 꽃무늬 벽지를 한 욕실에는 오래 전 선물로 받았다는 로맨틱한 목재 거울과 묵직한 고가구가 어우러져 욕실이라기보다 하나의 방 같은 분위기를 낸다.

"편하게, 소탈하게 살면서 젊은 시절 제가 향수를 만들기 위해 들렀던 프랑스 작은마을 그라스(Grasse)도 다시 한번 가고 싶고, 우리나라의 가보지 못한 곳도 여유 있게 다니고 싶어요. 정말이에요." 굳이 '정말'이라고 강조하지 않아도 그녀의 집은 이런 그녀의 바람이 거짓이 아님을 조용히 말해주고 있다.

/김신영기자 ddalg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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