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소하치 효도는 자위대 출신으로 일본의 핵무장 계획을 주제로 책을 쓴 사람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는 일본 주류사회의 평화주의에서 한참 벗어나 행동하는 얼빠진 사람으로 취급을 받았다. 그래서 그의 주장은 별로 알려지지 않은 간행물에나 보도되곤 했다. 그러나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다. 도쿄의 한 라디오방송국엔 그의 프로그램이 생겼고, 대학마다 그를 연사로 초청하고 있다. 일본은 2차대전 때 두 개의 원자폭탄을 맞고 항복한 후 반세기 동안 핵무기 보유를 논의하는 것이 금기(禁忌)였으나 이제 변했다."■ 위의 글은 뉴욕타임스 7월22일자 '일본은 변할 것인가'라는 제목의 기획연재 첫 기사에 나온 내용이다. 북핵사태가 심각해지면서 일본인의 달라진 방위관념을 미국인의 눈으로 바라본 것이다. 니소하치가 주장하는 핵무장의 지향점은 프랑스 모델이라고 한다. 프랑스는 최소한의 핵억제 전력을 방위전략으로 잘 써먹는 나라로 평가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일본보다 적은 군사비를 쓰면서 안정적인 방위체제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논점이다. 얼마 전 북한도 핵무장을 경제적 방법이라고 주장한 적이 있다. 마음만 먹으면 대량의 핵무기생산체제에 들어갈 수 있는 일본이다.
■ 일본인이 이렇게 변해가는 이유는 지난 50년간 일본의 안전을 지켜주던 두개의 기둥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라는 것이 뉴욕타임스의 분석이다. 그 기둥이란 미국과의 동맹관계와 막강한 일본 경제다. 그런데 일본이 기대어 온 미국의 방위우산에 문제가 생겼다. 군사적으로 일본을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중국의 군사적 팽창과 북한의 핵개발이다. 이런 판국에 이웃에 위치한 주한미군을 감축하려는 미국의 방위정책이 더욱 염려스러운 것이다. 또 하나의 기둥인 일본경제가 13년간 침체 속에 있다.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문제를 해결해주던 경제력이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 일본의 방위전략과 관련해서 보수주의자들의 흥미로운 지적은 장기 불황의 돌파구로서 군사력 증강이 좋은 방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점이다. 즉 방위산업의 확산은 일본의 고민인 일자리 창출 등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주게 된다는 것이 보수주의자들의 기대다. 미국에서 군수산업이 차지하는 경제적 비중을 생각할 때, 일본인들도 그런 단 꿈을 꾸고 싶을 것이다. 일본이 원하는 '보통국가'의 꿈은 유사입법과 이라크 파병으로 한 걸음 전진한 셈이다. 한국의 방위 전략가들은 미·중·일의 게임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김수종 수석논설위원 s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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