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납입을 통해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CRC)를 설립, 구조조정 중인 회사를 인수한 뒤 800억원대의 자금을 동원해 총 190억여원의 시세차익을 올린 사상 최대 규모의 주가조작 작전세력이 검찰에 적발됐다.서울지검 특수3부(곽상도 부장검사)는 7일 상장사인 세우포리머의 시세를 조종, 170억여원의 시세차익을 올린 혐의(증권거래법 위반)로 이 회사의 실질적인 대표 김모(33)씨와 오모(41)씨 등 7명을 구속기소하고 2명을 불구속기소하는 한편 5명을 지명수배했다.
주가조작에는 민주당 김홍일 의원의 보좌관을 지낸 전 도로공사 홍보부장 손모(39·구속기소)씨와 8개 증권사 전·현직 직원들이 대거 가담해 기획 및 매매지휘, 자금조달, 계좌동원 등 철저히 역할을 분담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 등은 지난해 2월 사채 등 300억원의 자금으로 세우포리머의 경영권을 인수한 뒤 이 회사 주식을 담보로 제공하는 등의 수법으로 800억원을 끌어모아 주가를 조작한 혐의다. 김씨 등은 지난해 10월까지 사설 트레이딩룸 3곳에서 차명 증권계좌 109개를 이용, 2,000여차례의 고가 허수주문, 통정매매 등을 통해 주가를 주당 870원에서 1만원으로 끌어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 등은 이에 앞서 2001년 12월 자본금 70억원을 가장납입해 CRC인 '디바이너'를 설립한 뒤 구조조정 명목으로 세우포리머를 인수, 주가조작 범행을 저질렀다. 김씨 등은 또 지난해 3∼5월 기업구조조정이 진행중이던 (주)부흥의 주가를 조작, 9억5,700만원의 시세차익을 올린데 이어 한국와콤전자의 주식 시세도 조종, 8억여원의 차익을 거둔 혐의도 받고 있다.
한편 검찰은 (주)광명전기의 경영권을 CRC인 크레디온(주)으로부터 인수한 뒤 40여일만에 회사자금 80억원을 횡령한 이 회사 대표 이모(37)씨를 구속기소하고 부사장 김모(32·공인회계사)씨를 불구속기소했다. 이씨 등은 회사 자금과 주식을 담보로 맡긴 뒤 빌린 돈으로 인수대금을 갚고 횡령한 돈을 대부분 자신의 회사 운영자금으로 사용하는 등 심각한 '도덕적 해이' 행태를 보였다.
검찰 관계자는 "구조조정 중인 회사에 대한 투자자들의 선호도가 높다는 점을 악용, 주가조작이나 횡령의 대상으로 삼는 범죄가 늘고 있다"며 "구조조정 기업 매각의 대가로 리베이트를 받은 CRC와 시세조종 자금을 빌려주는 사채업자들도 수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박진석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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