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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메신저 시네토크 - 고양이의 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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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메신저 시네토크 - 고양이의 보은

입력
2003.08.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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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에서 차에 치일 뻔한 고양이를 구해준 주인공 하루. 고양이 왕국에 초대받았는데 아뿔사, 이건 초청이 아니라 납치에 가깝다. 고양이 왕국의 대왕 마마는 하루를 고양이로 만들어 왕자와 결혼시킬 계획이니 말이다. 하루는 평소에는 소인국 공원의 인형으로 있다가 간절한 소망을 갖고 빌면 동물로 돌아오는 남작 바론경의 도움으로 탈출을 시도한다. '이웃집 토토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등을 만든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가 세운 지브리 스튜디오의 작품 '고양이의 보은'을 두고 영화팀 기자 셋이서 메신저 토론을 벌였다. 대화명은 영화 속의 세 주인공.

무타(뚱보 고양이) '고양이의 보은'을 어떻게 보셨는지

하루(지각대장 여고생) 고양이랑 까마귀라..

무타 일본식 제목 짓기 아닐까

유키(왕국의 시녀) 요샌 왜 이리 고양이가 설칠까?

무타 그래도 친숙하잖아. 애완동물이 '반려동물'로 불리는 세상. 고양이는 충분히 소재가 될 만함. 이 영화는 고양이에 대해 공부를 많이 한 영화인 듯.

하루 고양이에 대해 공부를 한 결과, 고양이의 매력은?

무타 자유, 독립, 소통, 그리고 '싸가지' 없음

하루 고양이의 보은에서도 고양이는 '왕' 싸가지 없음.

유키 복수, 공포, 배신, 신경통에 특효!

하루 고양이 왕자 룬의 애인 유키 빼 놓고는.

무타 난 개박하풀이 뭔가 했는데, 거기 보면 고양이들이 자지러지잖아요? 그게 '고양이의 LSD'래요. 고양이 절반은 거의 쾌락의 극치를 느낀대요.

하루 정말? 고양이풀이 우리 주변에 흔히 있는 건가?

무타 그 풀을 보은이라고 하루에게 선물하는데…. 당근 없다고 생각하는데 옆 자리의 선배가 산과 들에 지천으로 널려있다고 하네.

하루 고양이가 사람들이랑 비슷함. 보은한다고 하는데 핀트가 빗나감.

무타 애완견이란 말은 있어도, 애완묘는 없잖아요.

하루 그냥 애완고양이라고 하나?

유키 감독이 모리타 히로유키라는 젊은 사람인데 그래서 뭔가 감각이 젊은 듯해.

하루 왕의 행차에서 나오는 보디가드 고양이에 뒤집어졌음.

무타 근데…특히 어떤 점이 재밌던가요.

하루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같은 내용.

무타 하루가 고양이 사무소에 가서 거인이 됐다가, 나중에 고양이 왕국 가서 소인이 되는 거 어땠나요. '걸리버' 이야기 같죠? 고양이 사무소는 그 네덜란드에 있는 소인국 공원 같아.

유키 난 컨템포러리한 게 가장 매력이라고 봐. 픽사 애니인 '토이 스토리'나 '니모를 찾아서'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처럼 거창한 (환경문제 등) 메시지는 없지만 인간적 고뇌가 잘 녹아 있잖아. 인형을 내세워 존재에 대한 고민을 한 '토이 스토리', 채식주의자 상어가 나오는 '니모를 찾아서'등 말야. 이 영화는 이를테면 부모의 권위, 원치 않는 친절 등등이 얼마나 짜증나는 것인지를 실감나게 보이잖아. 게다가 호수물고기 대도(大盜)사건, 예의 바른 왕자고양이도 사람 얘기처럼 생생해. 일본의 유럽에 대한 컴플렉스도 그대로 드러나고. 공간이 유럽 축소판..

하루 아하

무타 근데, 고양이들의 계급과 위계를 보여주는 것도 흥미로워요. 이를테면 샴고양이가 대왕이고 도둑고양이는 찬밥이잖아.

유키 맞아맞아

하루 근데 그 남작(바론)은 왜 사람을 도와주는 거예요?

유키 남작 정도 되니깐 인간 여자 친구 하나 사귀고 싶은 거 아닐까. 신분 상승 욕구!!

무타 친인간적 고양이의 세계와 반인간적 고양이의 세계를 대비시키려고? 유럽적 남작에 대한 여고생의 판타지를 보여주려고?

하루 나는 무슨 쫓겨난 왕잔 줄 알았지.

유키 아무튼 고양이 세계에서 뭔가 허튼 생각을 하다가 몰락한 양반 같아. 그래서 평소엔 인형으로 살고.

무타 하루랑 하루 엄마는 왜 둘만 살까. 왜 여기엔 살아있는 남자들이 없을까

유키 진짜 이상하네. 아버지가 없는 딸, 남자 친구 없는 여학생의 판타지?

하루 아 그렇게 생각해 볼 수도….

무타 여학생의 일상은 생생하게 느껴지던가요. 가령 젖소모양을 한 알람시계 꽤 귀엽던데, 아침 지각도 그럴 듯하고, 짝사랑하는 대목도 그렇고.

하루 나는 지저분한 하루의 방이 여학생의 일상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했지.

유키 그럼 이제 흥행 예측을 해볼까. 이 영화는 매우 현대적이지만 동시에 지나치게 일상적인 면모를 갖고 있어 '원령공주'나 '센과 치히로…'처럼 대단한 반응을 불러일으키기에는 역부족인 듯. 마치 시트콤 보는 것 같으니까. 게다가 이미 마니아들은 DVD로 갖고 있다더군.

하루 센과 치히로에 비해 심오한 철학은 떨어지나 그래도 앙증맞고 귀여움. 그리고 서양에 대한 컴플렉스가 너무 드러나 있음. 신사 복장의 남작이 하루를 구해준다는 설정도 그렇구. 초등학생 수준으로 마음을 비우고 보면 엄청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

유키 그런데 더빙판으로 보려면 부모들은 좀 괴로울 것이야. 아무리 재미있는 영화라도 우리말 더빙으로 보면 재미가 반감되는 느낌. 아이들을 위해 더빙판을 보는 부모님께 경의를 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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