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고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의 상가를 지키던 한 재계 인사는 "경제성보다는 정치 논리에 따라 이뤄지던 대북 경협사업이 결국 고인을 막다른 선택으로 몬 것 아니냐"며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정 회장의 사망을 계기로 대북 경협사업의 방향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경제계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앞으로 대북 사업도 '남북화해' 등을 강조하는 정치논리의 무거운 짐을 벗고 수익성을 전제로 추진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전경련을 비롯해 삼성, LG 등 국내 기업들은 정 회장의 사망을 애도하며 "앞으로 대북 사업이 중단되지 않도록 적극 협조하겠다"고 다짐 했지만, 사실상 '립 서비스'에 그치고 있는 상황이다.
정 회장의 부재로 추진력을 상실한 현대아산을 대신해 '형제 기업'인 현대자동차가 도와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정몽구 회장은 "현대차의 대북사업 참여는 시장경제 원리라는 측면에서 맞지 않다"면서 서둘러 차단에 나섰다.
그 동안 의류 임가공, TV 조립 등 모양 갖추기 수준의 제한적인 대북 사업을 벌여온 삼성도 이미 하고 있는 사업 외에는 대북 사업에 새로 나서지 않을 방침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애도문을 통해 적극적 지원을 약속했던 전경련도 사정은 마찬가지. 전경련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활동하던 남북경협위원회가 올들어 동북아 중심팀으로 흡수돼 사실상 없어졌다"며 "현재 별도의 대북 사업은 검토하지 않고있다"고 밝혔다.
정 회장의 죽음으로 중단 위기에 놓인 대북 경협사업에 기업들이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 재계에서는 그 동안 정치 논리에 밀려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한 구조적 한계 때문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금강산 관광사업은 방문객 수에 따라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일괄 계약하는 등 비즈니스의 기초를 무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난을 받았다. 최근 중소기업에서 관심을 갖고 있는 개성공단 조성도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그룹이 금강산 관광사업에 뛰어든 이후 지금까지 본 손실은 1조원이 넘는다"면서 "아무리 명분이 좋아도 적자가 뻔한 사업을 누가 하고 싶어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앞으로 대북 경협사업도 명분보다는 북한은 물론, 참여하는 기업이 모두 이익을 얻는 '윈윈'구조를 확립한 후 이뤄져야 한다"면서 "이 같은 구조가 마련되지 않을 경우 정부가 떠맡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천호기자 tot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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