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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크 황제 "날 따르라…Go!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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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크 황제 "날 따르라…Go! Go!"

입력
2003.08.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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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황제의 등극"절체절명의 순간. 적벽대전을 앞둔 조조의 군사처럼 적의 대군이 어두운 강건너에 끝없이 늘어서 있다. 언제 아군의 진지를 유린할지 모르는 긴박한 순간이다. 아군에게 남아있는 것은 소총으로 무장한 해병대원 소수와 느려 터진 수송기 뿐이다.

적은 대군을 거느리고도 아군의 영토를 초토화하기 위한 첨단 병기를 여유 있게 후방에서 계속 만들고 있다. 아무도 아군이 승리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과연 이대로 끝나는 것인가.

순간 느려 터진 수송기 몇 대가 떠올랐다. 그렇지만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다. 도대체 수송기가 뭘 할 수 있단 말인가. 심지어 적조차 코웃음을 치며 거들떠 보지 않는다.

다음 순간 꾸물거리며 강을 건넌 수송기가 후방에 내려앉는가 싶더니 해병대원들이 쏟아져 나온다. 해병대원들의 소총이 일제히 불을 뿜자 후방에 늘어선 적의 보급창고, 조병창 등이 한꺼번에 모두 타오른다. 마치 주유와 제갈공명의 연환계에 걸려 장강을 붉게 물들이며 타오르는 조조의 선단같다. 경악한 적들의 눈이 화등잔처럼 커진다.

숫자가 많으면 뭐하나. 갑자기 허를 찔린 적은 대오가 무너지며 졸지에 오합지졸로 변하고 만다. 특공대가 돼 버린 해병대원들은 어느새 적의 진지를 종횡무진으로 누비며 사령부를 점령했다. 모든 것이 순식간에 일어나 아무도 상황을 믿을 수 없었다. 절대적인 병력의 열세에 놓였던 아군이 승리하다니, 그저 모든 게 꿈만 같았다."

어린이날인 2001년 5월5일. 당시 프로게이머의 고수들이 모두 참가했다는 게임대회 '한빛소프트배 온게임넷 스타크래프트리그'에서 임요환(23) 선수가 우승하며 '테란의 황제'라는 별명과 함께 게임 황제로 등극하는 순간이었다.

그의 황제 등극은 화려하고 강렬했다. 당시까지 스타크래프트 게임에 나오는 3가지 종족 가운데 인간인 '테란' 종족은 파충류인 '저그' 종족과 외계인인 '프로토스'에 비해 약세여서 좀체 승리를 거두지 못하는 종족으로 낙인 찍혀 프로게이머들의 외면을 받았다. 그런데 임요환은 테란을 선택했다. 그리고 이겼다.

도대체 그는 모두가 꺼리는 테란으로 어떻게 이길 수 있었을까. 그의 승리비결은 무엇인가.

임요환 DVD 등장

게임황제의 승리비결이 영상으로 공개된다. 임요환 선수는 자신의 경기와 승리비결을 담은 '온게임넷 스타리그 영웅―테란의 황제 임요환 스페셜에디션'이라는 이름의 3장짜리 DVD를 21일 비트윈을 통해 전격 출시한다. 영화나 음악이 아닌 프로게임대회 관련 DVD가 제작되기는 세계 처음이다.

그는 이 DVD에서 베일에 쌓인 자신의 손놀림을 공개한다. 프로게이머들이 컴퓨터 자판(키보드)을 조작하는 손놀림은 전문 도박사들의 손놀림처럼 특급 비밀에 속한다.

그는 DVD만의 독특한 기능인 '멀티 앵글'을 이용해 최근 치른 올림푸스배 온게임넷 스타크래프트 3,4위전 경기의 손놀림을 보여준다. 멀티앵글이란 DVD를 보다가 리모콘의 관련 버튼을 누르면 화면에 조그만 창이 열리며 관련 영상이 나타나는 기능이다. 영화DVD에서는 보통 제작과정 화면이 나오는데 이번 DVD에서는 대신 임 선수의 손놀림이 나온다. 따라서 스타크래프트 애호가라면 이를 따라하며 연습할 수도 있다.

이와 함께 임 선수에게 '드롭십의 달인'이라는 또 다른 별명이 붙게 된 경기 등 그의 전략전술을 소개한 7경기와 데뷔전 등 그를 대표하는 5경기의 내용이 함께 수록됐다. 이 게임들은 단순 게임 내용 뿐만 아니라 유명 게임해설가인 온게임넷의 엄재경, 김도형 해설위원과 임 선수 자신의 육성해설이 포함돼 있어서 해설을 들으며 경기를 관전할 수도 있다.

또 임 선수의 각종 인터뷰, 사진, 스타크래프트 관련 동영상 등이 함께 들어있어 게임 황제의 모든 것을 파악할 수 있다.

이제는 비디오게임선수에 도전

그는 비결인 손놀림을 포함해 자신의 모든 것을 공개하는 것이 두렵지 않았을까. "손놀림을 본다고 해서 실력이 느는 것은 아닙니다. 승부욕을 갖고 피나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하루 10시간씩 게임 연습을 했다는 연습벌레다운 대답이었다.

그는 요즘 스타크래프트와 함께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비디오 게임기 '엑스박스'도 열심히 즐기고 있다. 조건이 맞을 경우 비디오 게임기 선수로도 뛸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엑스박스의 국내총판을 맡고 있는 세중게임박스와 비디오 게임기 선수로 뛰기 위한 구체적내용을 협상중이다. "MS와 세중게임박스에서 비디오 게임리그를 만들면 선수로 뛸 생각입니다."

그가 요즘 몰두하고 있는 엑스박스용 게임은 격투게임인 '데드 오어 얼라이브'와 액션게임 '헤일로' 등이다. 평소에도 경기가 없는 날이면 틈틈이 경기 분당 연습실에서 엑스박스를 붙잡고 '데드 오어 얼라이브'를 연습한다.

이 때문인지 최근 그의 주변에서는 은퇴설이 솔솔 흘러나왔다. 최근 시합결과가 부진한 탓일 수 있다. 그는 7월31일 한국프로게임협회에서 공식 발표한 프로게이머 랭킹에서 이윤열 선수에 밀려 2위로 내려앉았다.

"은퇴요? 전혀요. 할 수 있을 때까지 프로게이머 생활을 할 생각입니다. 아주 먼 훗날 프로게이머 생활을 그만두더라도 게임과 관련된 일을 하며 결코 게임계를 떠나지 않을 겁니다. " 진정한 게임 황제다운 포부이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 임요환 승승장구 비결은

임요환 선수가 2001년 '테란의 황제'가 된 이후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비결은 '테란' 종족의 유니트(병기)인 '드롭십'(수송선)을 절묘하게 사용한 덕분이었다. 속도가 느린 드롭십을 다른 프로게이머들은 모두 외면했으나 그는 여기에 걸어다니는 '마린'(해병대)을 태워 적의 후방을 기습 공격하는 전법으로 상대방을 교란했다. 그래서 '드롭십의 달인'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여기에 절묘한 타이밍이 더해졌다. 상대방은 후방에서 열심히 유니트를 생산하는 동안 그는 소수의 병력으로 게릴라처럼 기습작전을 폈다. 게임 초창기에는 유니트를 대량 생산해 전선에 배치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적은 병력으로 섣부른 공격을 하리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할 때였다.

언뜻 보면 모두 운 같지만 사실 임 선수는 경기를 하기 전까지 상대방에 대해 철저히 연구를 한다. 대전을 치를 선수가 어느 방향으로 먼저 정찰하고 어느 방향으로 공격대를 우선 배치하는지를 그는 상대의 게임 동영상 기록을 보며 꼼꼼하게 연구한다. 또 경기에 자주 쓰이는 시합장인 '맵'에 대해 철저하게 분석하고 상대방이 자주 쓰지 않는 유니트를 적극 활용해 상대의 허를 찌른다.

특이한 것은 그의 손놀림. 그는 다른 선수들과 달리 자판의 방향키를 자주 사용한다. 그는 방향키를 사용해 화면을 구석구석 이동하며 유니트를 적재적소에 배치한다. 다른 선수들은 방향키를 사용할 경우 화면 이동폭이 커서 어지럽다며 자판보다는 마우스를 주로 사용한다.

외부에서 바라보는 그의 장점이자 단점이라면 지나치게 승부욕이 강하다는 점이다. 승부욕이 강해서 작은 경기는 물론이고 이벤트성 연습게임까지 이기기 위해 많은 시간을 들여 연습하고 연구한다. 그러다 보니 경기가 몰릴 경우 지쳐서 제대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때가 있다. 그래서 일부 전문가들은 최근 그의 경기 부진이 지나친 승부욕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최연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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