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주동황의 언론보기]언론 자유 말하기 전에…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주동황의 언론보기]언론 자유 말하기 전에…

입력
2003.08.07 00:00
0 0

언론보도가 얼마나 뒤틀릴 수 있는지를 말하고자 한다. 그제 필자는 '언론법 개정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토론회에서 '정간법 개정 운동의 방향과 전략'이란 주제 발표를 했다. 국회 계류 중인 정간법 개정안에 대해 시민단체와 언론노조가 취할 방법론에 초점이 맞춰졌다.다음날 조선일보에 이것을 기사화한 김수혜 기자는 다른 주제인 방송법 개정은 일절 다루지 않고 필자의 발표에서 일부 내용만 반복해 부각시켰다. 문제는 큰 따옴표를 사용해 인용한 내용들이 부정확했다는 것이다. 기자는 "조중동 등 거대한 족벌신문의 여론시장독점을 깨뜨리기 위해 언론인과 시민단체는 사주개인의 비리와 편집권 간섭사례를 발굴해 폭로해야 한다"고 썼다.

그러나 그 앞부분의 "조중동…깨뜨리기 위해"라는 표현은 발표문 어디에도 없고 구두 발표에서도 말하지 않은 것이다. 게다가 '여론독과점 해소'는 소유지분 제한이나 편집권 보호와는 직접 관련이 없는 주제이다. 혹시 기자의 어떤 편견이 덧붙여진 게 아닌가 생각한다.

또한 기사의 제목과 본문에서 "언론사주의 소유지분을 제한하기 위해 사주 비리를 발굴하고 폭로해야 한다"고 반복해서 썼다. 이것도 정확한 인용이 아니다. 다른 언론보도처럼 그 앞부분을 "소유지분 제한과 편집권 보호장치를 국민에게 효과적으로 알리기 위해…"라고 제대로 썼다면 의미 전달에 큰 왜곡이 없었을 것이다.

기자는 또한 앞에서 지적한 여론독과점 해소와 소유지분 제한의 관계, 그리고 언론개혁과 정간법 개정의 각 범위 등을 정확히 구분하길 바란다. 언론개혁의 범주는 정간법 개정을 포함하여 훨씬 넓은 내용을 담고 있음을 명심하길 바란다. 결론적으로 기자는 문제 기사를 통해 언론개혁의 내용과 범주에 대해 풍부한 개념 인식이 없음을 드러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또 문제 기사가 발표 내용의 맥락은 도외시하고 자기 눈에 거슬린 표현만 부각시켰다고 생각한다.

언론사주의 비리나 편집권 간섭 사례처럼 중요한 사실과 지면에 끼친 영향 등은 국민 앞에 폭로되고 비판되어야 마땅하다. 그런 일은 기자들이 먼저 나서서 비판해야 할 몫이다. 언론인이 그런 책무를 기피하고 은폐한다면 그들은 소위 국민의 알권리를 주장할 자격이 없을 뿐 아니라 언론사주의 머슴이나 주구로 불려도 할 말이 없다고 생각한다.

언론의 뒤틀린 자세는 최근 대통령의 언론관련 발언에 대한 보도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어제 날짜 한겨레신문에서 김서중 교수는 '신문들이 발끈할 만도 하지만 3∼4개 면을 할애해 시커멓게 도배질할 만큼 중요한 사건인가'라고 반문했다. 정부 출범이후 각종 정책과 국정 평가는 도외시하고 대통령 발언과 주위 동정만 물고 늘어지며 키우는 자세가 과연 정상적인 언론 기능인가. 여전히 대선 피해의식을 드러내는 모습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든다.

지금 일부 신문들은 대통령의 발언을 빌미로 자신에 대한 비판을 마치 언론탄압과 동일시하고, 그런 인식을 독자에게 심어주고자 하는 것 같다. "언론개혁에 섣불리 나섰다가는 그들의 특권을 지키려는 추악한 저항을 마치 언론 자유를 위한 성전으로 만들어줄 가능성이 크다"는 누군가의 지적이 떠오른다. 지금 언론에는 누구에게서도 비판을 받아서 안 되고 그것은 곧 언론자유 침해라는 괴상한 논리로 무장된 언론 성역화와 특권 의식의 기류가 일고 있는 게 아닌가 우려된다. 그것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라는 것을 경고하고자 한다.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