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휴대폰, 액정표시장치(LCD) 등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수준의 기술을 보유한 분야에서 산업 스파이가 준동, 관련 기업의 16.8%가 기술유출로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1998년 이후 산업 스파이들이 유출을 시도하다가 당국에 적발된 첨단 기술의 시장가치가 총 2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6일 국가정보원과 특허청에 따르면 최근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가 자체 기술연구소를 보유한 전국 309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6.8%인 52개사가 "산업 스파이의 기술 유출로 피해를 입었다"고 응답했다. 특히 피해 기업의 65% 가량이 최근 3년간 2∼3회(44%)나 4∼5건(19.6%)의 기술이 무더기로 유출됐다고 답변, 산업 스파이의 활동이 장기·조직적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정원 관계자는 "1998년 이후 당국에 의해 총 37건, 149명의 산업 스파이가 적발됐으며, 이들이 유출을 시도했던 기술의 시장가치는 약 22조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도 "적발되지 않은 피해까지 감안하면 연간 피해액은 2조원대로 추정되며, 절반 가량은 한국을 바짝 뒤쫓고 있는 중국으로 유출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산업 스파이 피해가 확산되면서 정부가 산업 스파이 처벌 수위를 이전보다 대폭 강화한 법안을 내놓는가 하면 관련 기업들은 자체 보안 수준을 크게 높이고 있다.
특허청은 최근 첨단 기술을 국외로 유출하다가 발각될 경우 부당 이익의 10배까지를 벌금으로 물리도록 한 '부정경쟁 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그동안은 기술유출로 수십억원대의 이익을 챙긴 산업 스파이에 대해서도 벌금을 1억원까지만 부과할 있도록 규정, 실효성에 문제가 제기되어 왔다.
개정안은 영업비밀을 유출하려던 미수범과 예비·음모도 처벌할 수 있게 하는 한편, 친고죄 규정을 폐지해 관련 기업의 고소 없이도 수사가 가능하게 했다.
또 영업비밀의 정의를 현행 '기술상의 영업비밀'에서 '기업의 영업비밀'로 확대해 경영상의 영업비밀 침해도 처벌이 가능하도록 했다.
특허청 관계자는 "산업 스파이에 대한 처벌 수준을 미국의 경제 스파이법에 버금가도록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경제 스파이법은 기술 해외유출의 경우 법인에는 1,000만달러, 개인에게는 50만달러까지 벌금을 부과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스파이의 주요 염탐 대상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물론이고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쌍용자동차 등은 공장이나 연구소 내부에서 카메라폰 사용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또 안철수연구소, 넷마블 등 벤처 업체들은 기술유출이 우려되는 주요 통로에 감시 카메라를 설치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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