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이름을 떠올릴 때, 그 개인으로서보다 오히려 세대로서 기억되는 사람이 있다. 예컨대 프랑스의 경우에 소설가 알랭 푸르니에나 폴 니장 같은 이름은 그들의 작품으로 기억되기보다 각각 '아름다운 시절(벨에포크)의 마지막 세대'나 '정치와 문학 사이에서 찢겨진 세대' 같은 이미지 속에 버무려져 있다. 그래서 제1차 세계대전 때 전사한 푸르니에의 브랜드는 그의 소설 '대장 몬' 못지않게 그의 매제이자 절친한 친구였던 평론가 자크 리비에르고, 제2차 세계대전 때 전사한 니장의 브랜드 역시 그의 이런저런 소설이나 에세이보다는 가까웠던 친구이자 동지 사르트르다.1993년 8월7일 경기도 부천에서 교통사고로 작고한 김도연도 그런 경우가 아닌가 싶다. 그는 1980년대 민족민중문학운동의 기념비적 평론 가운데 하나라 할 '장르 확산을 위하여'의 필자이지만, 오늘날 문학인 김도연의 이미지가 그리 또렷한 것은 아니다. 41세로 죽었을 때 그의 명함에는 민주당 부대변인이라는 직함이 박혀 있었지만, 오늘날 정치인 김도연의 이미지도 그리 또렷하지 않다.
김도연이라는 이름이 환기시키는 이미지는 차라리 어떤 세대와 관련돼 있다. 그 세대는 1952년 앞뒤에 태어나 20대를 유신 파쇼 체제 아래서 보냈고 30대를 광주의 자장(磁場) 안에서 소진시켰다. 이들 가운데 몇몇은 문학적으로 이름을 얻었고, 몇몇은 정치적으로 이름을 얻었다. 문학 쪽에는 김정환, 최승자, 이인성, 최윤, 황지우, 이성복 같은 이름들이 있고, 정치 쪽에는 이해찬, 천정배, 정동영 같은 이름들이 있다. 세대는 다르지만, 김도연의 정치적 동료 가운데 한 사람은 지난해 12월 대한민국의 제16대 대통령으로 뽑혔다. 8일 오후 7시 서울 안국동의 철학마당 느티나무에서는 김도연의 10주기 추모 모임이 열린다.
고종석/논설위원 aromach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