렘브란트와 샤갈, 유럽 근현대 회화사상 최고 화가들의 작품을 이번 여름에 만날 수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미술관이 15일부터 여는 '위대한 회화의 시대―렘브란트와 17세기 네덜란드 회화전'에는 17세기 유럽 최고의 화가 렘브란트의 원화 3점을 포함한 50여 점의 작품이 국내 최초로 소개된다. 선화랑이 7일부터 여는 '샤갈' 전에는 현대미술의 거장 샤갈의 유화 등 20여 점이 전시된다.
'깃 달린 모자를 쓴 남자'(1637년경) '웃는 남자'(1629∼30년경) '노인 습작'(1650년) 등 사진으로나 보던 렘브란트(1609∼1690)의 명화를 직접 만날 수 있다. 렘브란트는 잘 알려졌듯 다빈치와 함께 유럽 르네상스 회화를 꽃피운 화가.
렘브란트는 당시의 평면적 초상화풍에 만족하지 않고 인간의 내면, 사람의 깊숙한 일면을 드러내는 독자적 초상화를 창조했다. 특유의 명암 효과, 대상 인물의 특징을 잡아내는 통찰력, 시대상을 드러내는 인물의 옷과 장식품에 대한 세밀한 묘사는 렘브란트만의 특징이다.
빛과 그늘의 대비를 통해 생명의 기운을 드러내려 한 그의 그림은 어느 작품에나 인간에 대한 따뜻한 애정이 넘쳐흐른다. 100여 점이 넘는 그의 자화상에서는 스스로에 대해 겸허했던 예술가의 초상을 만날 수 있다.
이번 전시회에는 또 렘브란트와 쌍벽을 이뤘던 플랑드르 화가 루벤스의 작품도 나온다. '젊은 여인의 초상'(1620∼30년경)에서는 루벤스 그림 특유의 발그스레한 볼을 가진 여인을 만날 수 있고 '로마의 승리'(1662∼3년경)에서는 역사화의 한 전형을 볼 수 있다.
전시는 네덜란드 헤이그 마우리츠하위스 왕립미술관 소장품 50여 점으로 이뤄졌다.
네덜란드의 황금기로 불리는 1580∼1680년에 제작된 작품들은 '인간이 그릴 수 있는 가장 사실적이고 생생한 그림'이란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는 인류 공통의 문화유산이라고 국립현대미술관 측은 설명한다. 전시는 11월9일까지. (02)779―5310
마르크 샤갈(1887∼1985)은 신 혹은 자연과 인간 사이의 영적 매개자로서의 예술가를 대표하는 20세기 회화의 거장이다. 수많은 현대미술의 사조나 이념을 떠나 그의 그림은 보는 이로 하여금 저절로 환상과 상상, 동심과 향수의 세계로 빠져들게 한다.
러시아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샤갈은 상트페테르부르크 왕실미술학교를 졸업하고 정치적 소용돌이 속에서 러시아를 떠나 베를린을 거쳐 파리에 정착한다. 1차 대전 후 유럽에 아방가르드 운동이 한창일 때 깊숙이 관여하기도 했지만 그는 인상주의나 표현주의, 입체주의도 초월한 독자적 화풍을 이룩한다.
그의 회화 정신을 한 마디로 말한다면 아마 '향수'일 것이다. 떠나온 러시아의 고향만이 아니라 인간의 근원적 고향, 생명의 탄생과 죽음에 대한 초월적 의식이 그의 그림에는 자리잡고 있다.
마치 노아의 방주가 지구상 모든 동물의 종을 모았듯 샤갈의 그림에는 당나귀 염소 수탉 물고기 황소 등의 이미지가 등장한다. 암소는 조국과 모성이나 사랑하는 연인으로 해석되고, 수탉은 남성과 태양이나 제물로 이해되기도 하지만 샤갈은 이 모든 대상을 상징적으로 차용해 궁극적으로 인간의 근원적 무의식과 영감을 드러내려 한다.
색 놀이를 하듯 풍부하고 정감 넘치는 색, 환상적 소재로 이뤄진 그의 그림은 모든 이들에게 '꿈꿀 수 있는 권리'를 돌려준다. 이번 전시는 뉴욕 메리디안 파인아트센터가 소장한 유화 등 20여 점으로 구성됐다. 9월30일까지. (02)734―0458
/하종오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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