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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커변신 날갯짓 꺾지말아요"/문희준 3집 "레전드" 발표 인터넷 익명폭력성에 일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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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커변신 날갯짓 꺾지말아요"/문희준 3집 "레전드" 발표 인터넷 익명폭력성에 일침

입력
2003.08.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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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게 너에게는 너의 삶이 아닌데도/ 작은 의자에 앉아 너의 그 검은 손으로 너의 인격을 죽여가/ oh∼ 그렇게 살지마 oh∼ 너를 위해서… 너완 상관 없다고 남들을 유린하지 마/ 생각 없이 내뱉은 너의 그 더러운 말로 평생을 상처로 살아가'문희준이 최근 발표한 3집 레전드(LEGEND)에 실린 'G.선상의 아리아'다. "익명성의 그늘 아래 무차별적인 인격모독이 자행되는 인터넷 문화에 대한 비판을 담았다"는 설명. 이 노래가 뼈 있는 말로 들리는 이유는 문희준 자신이 '아 '으로 대표되는 인터넷 문화 속에서 인격모독의 희생양이 되어 왔기 때문.

HOT 해체 후 솔로로 독립, 록음악을 시작한 문희준은 각종 엽기패러디 사진의 단골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방송에 나와 그가 한 말은 네티즌 사이에서 왜곡, 전파돼 조롱감이 됐다. 다이어트를 위해 좋아하는 오이를 먹었다고 하는 말은 순식간에 '하루에 오이 세 개 먹었어요. 록이 원래 배고픈 음악이잖아요'라고 바뀌었다. 그의 이름을 왜곡해 별명처럼 불리던 무뇌충(無腦蟲·뇌가 없는 벌레)은 '아무생각 없이 말하거나 실력도 없으면서 잘난 척하는 사람'의 대명사로 쓰였다.

문희준에 대한 네티즌의 반응은 여타 안티팬의 '이유없이 싫음'과 성격이 달랐다. '같잖다'는 반응에 가깝다. '상품이아니라 작품을 만들기 위해 애썼습니다' '이젠 연예인보다 아티스트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등 그의 진지한 발언에도 네티즌은 웃음을 던졌다.

이는 아이돌 가수와 뮤지션의 간극을 뛰어 넘는 과정에서 오는 부작용이다. 아이돌 스타에 열광하는 이유는 "우리와 비슷한 사람"으로 동일화 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대표적인 아이돌 가수였던 그가 대뜸 "록커로 나를 인정해 달라"고 하자 어이없다는 반응을 던진 것이다.

이번 앨범 역시 록의 겉 모습을 갖추고는 있지만 진정한 록음악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평이다. 하지만 가요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온갖 비난에 굴하지 않고 모든 프로듀스 과정을 혼자 해 내는 열정은 높이 사야 한다"는 반응도 일고 있다. 이번 앨범 작업 과정에서는 가수 신해철이 큰 힘이 돼 줬다는 후문. 대중적인 노래를 부르다가 갑자기 실험적인 음악을 시도하며 팬들의 반발에 부딪쳤던 경험이 있는 신해철은 문희준에게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문희준의 소속사인 SM 관계자는 "대중이 음악을 음악으로 안 보고 외모나 말투를 웃음거리로 삼자 문희준은 힘들어 했다. 한 동안 넋이 나간 듯 지낸 적도 있다"고 전한다. 3집의 타이틀곡은 테크노와 오케스트라를 접목한 '전설'. 문희준은 "처음부터 록을 했던 것도 아니고 배워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들어달라"고 밝혔다.

/최지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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