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헌 회장의 사망 이후 현대아산이 금강산관광 등을 이끌고 나아갈 수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되면서 정부가 대북사업을 주도해야 한다는 주장이 각계에서 제기되고 있다.정부 및 정치권 일각과 현대, NGO 등에서 제기하고 있는 '대북사업 이관론'은 공기업이 대북사업의 주체가 되는 방식과 사업에서의 적자를 정부가 보전하는 방식 모두를 포함하고 있다. 이 같은 주장은 정 회장의 사망과 현대아산의 출혈 이후 어떤 기업도 대타로 나서지 않고 있지만, 현 국면이 어느 때보다 남북경협의 활성화가 필요한 시기라는 점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러나 이 방식은 정부가 오랫동안 견지해온 대북사업의 정경분리 원칙이 무너지는 것을 뜻한다. 더욱이 소요되는 막대한 재정에 대한 국회와 국민적 동의를 얻기도 어렵다는 점에서 논란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주무부처인 통일부도 이에대해 "비현실적인 방안"이라며 회의적인 입장이다.
대북사업의 정부 주도 요구는 정치권에서 먼저 나왔다. 민주당 김성호 의원 등 초선의원 12명은 5일 "현대가 담당해온 경협사업을 공기업 형태로 정부가 계승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6일에도 여야 의원 20명이 국회에 묶여 있는 금강산관광 경비 지원금 200억원의 집행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국회에 제출했다. 재계에서는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등 현대가(家) 형제들이 대북사업 불참을 선언하면서 정부가 대북사업을 주도할 것을 주문하고 나섰다.
정부 내에서도 문화관광부가 6일 "정부가 당국자간 협의 등을 통해 금강산관광 활성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이종석 사무차장을 비롯한 정부 인사들이 '평화사업'의 성격을 띠는 대북사업은 공적 기관이 맡아야 한다고 주장해온 점과 맥을 같이 한다.
그러나 정부가 대북사업을 직접 담당하는 데는 수많은 난관이 놓여 있다. 대북송금사건 등으로 남북협력 사업의 정당성을 훼손당한 상황에서 여론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 지 불투명하고, 한나라당이 이를 용인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 또 정경분리 원칙을 포기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정부에서 반론도 강하게 일고 있다. 이 때문에 통일부는 "정부가 특별히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하지는 않고 있다"며 "각 부처의 성급한 발언은 북측의 기대수치만 높일 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부가 측면지원하는 식의 간접적인 관여는 불가피하다고 전망한다. 통일부 역시 우선은 국회를 설득해 남북협력기금 200억원의 지급을 서두르겠다는 방침이다. 김연철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운영은 현대아산이라는 민간이 이어가되 정부는 면회소 설치나 남북사회교류 센터 등 공익시설 설립을 통해 경협을 측면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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