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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인생 45주년 기념이 이색적이라고… "내맘… 그게 바로 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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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인생 45주년 기념이 이색적이라고… "내맘… 그게 바로 재즈!"

입력
2003.08.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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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화장실에 가서 사진을 찍겠다고 했다. 다른 아이디어를 요청하자 "웃통을 벗고 찍으면 어떨까요"라며 바로 옷을 벗어제친다. 황당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다가 그가 던진 말에 화들짝 정신을 차렸다. "뭘봐요? 이게 바로 재즈죠." 45년간 재즈 드럼과 라틴 타악기를 연주해 온 국내 재즈 1세대인 류복성(63)씨에게 재즈란 곧 생활이자 행동이다.그의 엉뚱함처럼 재즈는 자유로운 음악이지만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당혹감을 불러 일으킨다. 기분에 따라 연주 곡목은 제멋대로 바뀌고 분위기가 오르면 연주는 끝날 줄을 모른다. 그러나 재즈를 잘 몰랐던 한 클럽의 주인은 초저녁에 한창 즉흥연주에 열심이었던 그와 밴드를 "알아듣지도 못하는 곡만 연습한다"고 내쫓아 버렸다.

그의 음악에 익숙하지 않다면 왕년의 TV 인기물 '수사반장'의 오프닝 음악을 생각하면 좋을 것이다. 잽싸게 악기인 봉고를 꺼내 시범을 보여주는데 환갑이 넘은 나이인데도 신명 나게 울리는 봉고 소리에는 끼가 여전하다.

동북고 밴드부 시절 드럼에 빠진 청년은 많은 초창기 뮤지션들과 마찬가지로 미 8군 쇼 무대에서 드럼 실력을 닦았고 1961년 19세의 나이로 이봉조 악단에 들어가면서 프로연주자의 길에 접어들었다. 정확히 45년 전이었다. 이후 길옥윤 악단 등에서 재즈 드러머로 활동했고, 색소폰 주자 정성조 등과 함께 67년 '류복성 재즈 메신저스'를 창단해 활발한 연주를 펼쳤다. 87년 '류복성 재즈 올스타즈'를 이끌고 서울시향과 협연하는 등 다양한 음악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그는 지금도 후배들과 결성한 '류복성 밴드'로 관객과 만나고 있다.

19, 20일 영산아트홀에서 재즈인생 45주년을 기념해 여는 콘서트에서도 후배인 색소폰 주자 이정식, 보컬 말로, 웅산 등과 함께 무대에 선다. 국내에는 드문 라틴 타악기 주자인 그의 모습은 오프닝곡인 '봉고 피버'와 자작 연주곡인 '컴 온 재즈 소울'의 감각적 리듬에서 잘 드러난다. 보사노바에도 일가견이 있어 카를로스 조빔의 작품도 선보인다.

라틴 음악에 대한 애정은 92년 도쿄 블루노트에서 '맘보 킹'으로 불리는 티토 푸엔테와 함께한 연주의 추억을 상기된 표정으로 한참 동안 설명하는 데서도 드러난다. 클래식으로 치자면 카네기홀에서 연주한 것이다. '모 베터 블루스'와 자작곡인 '혼자 걷는 명동길'에서는 보컬로도 나선다. 그는 "악기를 연주하면 말을 할 수 없으니 답답한 마음에…. 실력은 그냥 그래요"라고 멋적어 한다.

그래도 "요즘은 재즈 연주도 정식 공연장에서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어서 좋다"고 활짝 웃는다. 타악기를 오래 연주하니 귀가 잘 들리지 않지만 죽는 날까지 연주를 계속했으면 좋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런데 하필이면 45주년 기념연주회를 여는 이유는? "내 맘이죠. 재즈니까" (02)543―3482

/홍석우기자 musehong@hk.co.kr 사진=배우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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