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에서 숨진 호주의 참전용사 찰스 그린(사진) 중령의 부인 올윈 그린(80) 여사가 한국전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대형 자수를 들고 남편을 앗아간 땅 한국을 찾는다.올 1월부터 6개월 동안 한 올 한 올 공들여 만든 이 자수는 더블 침대 크기로 비단과 모시 등 한국산 직물에 애도를 상징하는 잿빛으로 물감을 들이고 호주군 최대 격전지였던 경기 가평의 산하(山河) 지형, 군가 '진혼나팔'의 후렴부 악보, 그리고 한국전 전사자 339명의 이름을 일일이 손바느질로 누벼 만들었다. 디자인에서도 한국적인 색채가 배어난다.
그린 여사가 처음 한국전 전몰장병의 희생과 넋을 영원히 기리기 위해 자수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은 1999년. 97년 남편에 관한 기억을 담은 책 '그대 이름은 아직도 찰리'를 바탕으로 KBS-TV의 다큐멘터리가 만들어지고 그 바람에 한국에서 한국전쟁을 되돌아보는 큰 반향이 일었다는 사실을 전해 들은 뒤였다. 반면 호주는 300명이 넘는 군인들이 목숨을 잃었지만 한국전쟁에 대한 기억이 사라져가고 한국전 전몰장병은 점점 잊혀져 가고 있어 안타깝기만 했다. 참전 용사의 부인으로서 한국전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높이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늘 하던 자수를 이용해 작품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시간과 힘은 들지만 분명 효과가 있을 것이라 믿었다.
눈도 잘 보이지 않는 고령에도 직접 바늘을 들고 자수에 매달린 그의 집념은 자수 회원, 자원봉사자, 호주 정부 그리고 2000년 7개월 동안 국민대에서 강의를 하며 한국의 섬유디자인을 연구한 바 있는 디자이너 메레디스 로우씨 등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마침내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 지난달 26일 한국전 정전 50주년 행사가 열린 그린 중령의 고향 그라프톤시에서 처음 공개돼 호평을 얻었다.
자수제작과 전시를 지원한 호·한 재단은 "이 자수는 호주군의 희생을 기리는 기사이자 예술작품"이라고 평가한다. 8월중 한국에서 전시회를 열기 위해 현재 후원자를 찾고 있다.
/김지영기자 koshaq@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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