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길승 청와대 제1부속실장의 향응장면 몰래카메라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원본 비디오테이프 등을 확보하기 위해 SBS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 언론계와 법조계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4일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영장을 발부 받은 청주지검은 5일 검찰수사관 3명을 서울 SBS본사에 파견, 영장을 집행하려 했으나 SBS의 반발로 유보하는 등 진퇴를 거듭했다.
오전 9시35분께 SBS에 도착한 검찰 수사관들은 하남신 정치부장을 만나, 비디오테이프 2개, 제보자와 통화내용을 담은 녹취록, 제보자측 이메일 등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하 부장은 "녹취록은 원래 없고, 제보사이트를 통해 올라온 제보라서 이메일 주소 역시 없다"며 "테이프 2개에 대해서는 고문변호사와 상의 후 다시 연락을 주겠다"고 대응했다.
SBS는 오전 11시부터 보도본부장 주재 하에 대책 회의를 열어 오후 2시40분께 "개인에 대한 명예훼손을 이유로 압수수색을 하는 것은 이례적인 것이며, 언론의 자유와 취재원 보호에 관한 민감한 사안인 만큼 법률적 검토가 더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SBS는 이날 '8시뉴스'에서 "헌법 소원 등 법적 조치를 강구하는 등 금명간 입장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검찰은 SBS에서 일단 철수한 채 자료제출의 수위 조절 등 SBS와 물밑 협상에 들어 가는 한편, 영장 강제 집행 여부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SBS에 대한 압수수색 사실이 알려지자 언론계는 "강제로 '취재수첩'을 빼앗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우려감을 표명했다. 이상기 한국기자협회장은 "어떤 상황에서도 취재원을 보호해야 하는 것이 언론의 의무이자 존재 이유"라며 검찰의 SBS에 대한 압수수색을 비난했다. 순천향대 장호순 교수도 "취재원 보호는 언론이 권력의 부패와 비리를 고발하기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할 언론의 의무이자 권리"라며 "SBS 압수수색은 청와대의 조속한 수사 지시에 따라 충분한 검증절차 없이 내려진 무리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검찰은 제보 자체가 직접적인 범죄 시나리오였다면 SBS가 테이프 제출 요구를 거부한 이상 강제로라도 이를 확보할 권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제공자체에 어떤 의도가 있었다면 테이프는 명예훼손 범죄의 증거물로서 강제수사를 하는 것은 법 절차상 당연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도 이날 압수수색 집행에서 '불시에 당사자들의 허락 여부와 상관없이 자료를 확보해 오는' 일반적인 집행방식을 고수하지 못하고 겉도는 모습을 보여 무리한 영장발부로 자승자박의 결과를 초래하지 않았느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언론사건 전문 변호사인 양삼승 변호사는 "언론의 자유와 수사권이 충돌할 때에 절대적으로 어느 쪽이 우위라고 볼 수는 없다"며 "검찰이 다른 수사방법에 대해 고민을 해봤는 지 등에 대한 종합적 판단이 우선 되야 한다"고 말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김명수기자 lec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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