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익숙해지지 않는 일 가운데 하나가 달리기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일주일에 서너번씩 뛰기 시작한 지 벌써 3년 가까이 되는데도 언제나 첫 발을 내딛기가 쉽지 않습니다. 뛰는 도중에는 언제나 '과연 끝까지 다 뛰어낼 수 있을까?'하는 회의감이 엄습합니다.그런데 말입니다. 이 달리기가 묘한 매력이 있답니다. 뛰다 보면 무거웠던 발이 조금씩 가벼워지기도 하고, 뜻밖의 선물 같은 시원한 바람이 땀을 식혀줄 때는 상쾌하기 그지없습니다. 게다가 달리기는 언제 어디서라도 할 수 있는 간단한 스포츠이지요. 번잡한 서울 강남의 한복판에 있든, 태백산 골짜기에서 은둔 생활을 하고 있든 문을 박차고 나가 그냥 달리면 됩니다. 스포츠클럽의 비싼 회원권을 살 필요가 없고, 골프 필드에서처럼 경쟁을 하느라 수고를 할 필요도 없지요. 저도 처음에는 집 주위의 골목을 뛰거나 근처의 공원, 자전거 도로를 달리다가 나중에야 더 나은 다양한 장소를 찾아 다녔습니다. 완주를 하고 난 뒤 느껴지는 성취감은 경험하지 않으면 모를 겁니다. 그래서 익숙해지지도 않고 항상 즐겁기만 한 것도 아닌 달리기를 계속하게 됩니다.
생각해보면 달리기만 그렇겠습니까? 우리네 일상이라는 것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언제나 익숙한 일상이 반복되지만 갑자기 어렵고 힘든 일이 불쑥불쑥 튀어나와 가슴을 두근거리게 합니다. 사는 게 익숙할 때도 되었건만 감정은 무뎌지지도 않는지 아프고 슬픈 일을 접하면 가슴이 아려옵니다. 요즘 며칠간은 우울했습니다. 주부가 어린 세 자식을 데리고 아파트에서 뛰어 내린 소식을 접하니 남의 일 같지가 않더군요. 얼굴조차 본 적이 없지만 세 어린이의 절규하는 모습이 눈 앞에 어른거립니다. 큰 딸은 3,800원이 없어서 수영장에 가지 못했다지요. 3,800원이 있었으면 혹시 살아 남지 않았을까요?
죽음을 맞을 때까지 익숙해지지도 않는 것들이 있겠지요. 그래도 구비구비 가끔씩 힘을 불어 넣어주는 무언가가 있어 결국 나름대로 삶을 완주해내는 것이겠지요. 그러고 보면 일상이란 익숙해지지 않기에 오히려 살아 볼만한 것은 아닌지요.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고 신발 끈을 죄었습니다. 그리고 외쳐봅니다. "내가 인생의 주인이고 세상은 살아 볼만한 것이다!"라고 말입니다.
/luckyc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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