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5일 고 정몽헌 회장의 사망원인을 '한나라당이 주도한 특검'에 연결짓고 금강산 관광사업을 잠정중단하고 나섬에 따라 남북경협사업이 결국 차질을 빚기 시작하고 있다.현대아산측은 금강산 사업의 중단 없는 이행이 고인과 유족의 뜻이라면서 북측에 재고를 요청했다. 그럼에도 북측이 관광 중단조치를 취한 것은 표면적으로 내세운 추모행사라는 이유 외에 경협 사업에 대한 우리 정부의 확실한 보장을 받아내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현대아산은 적자 누적으로 자본금 4,500억원 전액이 잠식상태에 놓여 있어 국회 동의를 얻지 못해 묶여 있는 정부 보조금 200억원이 집행되지 못한다면 자칫 금강산관광에서 손을 떼야 할 지도 모를 상황이다. 북한이 현대아산에 대한 남측 정부의 지원을 이끌어내야 하는 현실적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북한이 아예 정부가 고 정 회장을 대신해 '믿을 만한 보증인' 역을 해달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이를 위해 북한은 '일정 기간 중단'이라는 모호한 표현을 통해 관광 중단의 장기화 가능성을 암시했고, 정 회장의 죽음을 한나라당의 특검 강행때문이라고 강력 성토했다. 6일로 예정된 4대 경협합의서 발효통지문 교환과 7∼8일로 예정된 6차 철도·도로 연결 실무접촉까지 연기하면서 경협 전반의 속도조절에 들어갈 수도 있음을 내비치며 남측을 압박하고 나섰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이러한 의도가 7대 경협사업 등 북한 지역 인프라 구축의 주도권을 확보하고 있는 현대아산의 장기적 이해관계와 일치한다는 점을 들어 이번 조치가 현대에 대한 북한의 배려라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우리 정부는 김진표 경제부총리가 "현대의 금강산관광 미지급금에 대해 북한이 우리 정부에게 대지급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토로하는 등 곤혹스러운 표정이 역력하다. 게다가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이 대북사업의 정부 주도를 직접 요구하고 나서자 현대가(家)의 경협 참여를 내심 바라던 정부는 향후 대책 마련의 갈피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북측은 그러나 경협이 지속될 필요성과 희망을 동시에 표명함으로써 남북관계의 차질이 길어지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6자 회담을 앞둔 상황에서 남북관계의 경색이 정치적으로 득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또 국제사회의 지원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쌀과 비료 지원 등 경제적 실리를 취할 수 있는 직접적인 상대라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의 한 당국자는 "단기적 차질이야 불가피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경협의 제도화 등 남북관계 전반의 발전적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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