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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鄭회장 자살이 던진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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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鄭회장 자살이 던진 파문

입력
2003.08.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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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이 어제 투신 자살한 것은 한 마디로 충격적이다. 정 회장은 한국의 대표적 재벌의 회장으로서 남북 경제협력사업에 주도적 역할을 해 왔고, 대북 송금 및 150억원 비자금 사건의 핵심 인물이다. 따라서 이번 사태가 대북 경협뿐 아니라 현대그룹을 비롯한 우리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또 특검 등과 관련해 정치권에 대한 영향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정 회장의 자살이 남북경협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우선 주목된다. 현대가 사실상 남북경협의 물꼬를 트면서 관련사업을 진행해 왔고, 북한이 현대를 유일한 사업파트너로 인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 회장의 자살은 남북경협에 어떤 식으로든 변화를 가져올 것이 불가피한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남북경협 사업은 흔들림 없이 지속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고, 현대측도 같은 입장임을 강조했다. 또 정세현 통일부 장관은 현대아산이 벌여놓은 여러 가지 남북관계 사업들은 개인적 차원이 아니라 제도적으로 추진되고 있어 남북경협 사업에 특별한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측의 이 같은 파문 축소화 방침에도 불구하고 전망은 극히 불투명하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든지 남북경협을 비롯한 남북관계가 경직되는 사태만은 없어야겠다. 오히려 이번 사태가 새로운 남북경협의 틀을 짜는 계기가 되도록 남북이 모두 지혜를 모아야 한다.

대북송금과 현대 비자금 문제는 이럴수록 진실이 분명히 밝혀져야 한다. 사건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던 핵심인물이 없어졌다고 해서 쉽게 넘어갈 수는 없다. 정 회장은 최근 3차례에 걸쳐 검찰에서 이 문제에 대해 집중적인 조사를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자살동기가 비자금과 관계가 깊다는 추측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 회장을 두고 '정치적 사건에 휘말린 희생양'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비자금 등에 대한 사실이 명확히 규명되지 않는다면 이번 사태의 후유증은 예상외로 확산될 가능성마저 크다.

이번 사태가 가뜩이나 어려운 우리 경제에 더 큰 부담이 될까 우려된다. 현대그룹뿐 아니라 재계가 파급효과에 긴장하고 있는 것은 충분한 이유가 있다. 현대그룹의 위기가 단지 해당 기업들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은 이미 오래 전에 증명됐다. 또 전례 없는 재벌그룹 회장의 자살은 우리 경제의 국제적 신뢰도에도 영향을 미친다. 외신들의 보도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현 시점에서 최대 관심사는 정 회장의 자살동기다. 유서가 일부 공개됐지만 그 이유가 명백히 드러나지 않고 있다. 여러 추측만이 난무할 뿐이어서 자칫 소모적인 논쟁에 휘말려 우리 사회가 더 어려운 상황에 빠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모든 것을 진실되게 밝히는 것이 이번 사태의 파장을 최소화하는 첩경이라는 점을 관계자들은 잘 알아야 한다.

정 회장의 자살은 세계 유일 분단국에서의 기업경영과 정치논리와의 관계 등 많은 것을 말해주고 있다. 그가 몸을 던짐으로써 말하고자 했던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할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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