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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유학시대]<9>미국 공립학교 교환유학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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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유학시대]<9>미국 공립학교 교환유학 바람

입력
2003.08.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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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레는 교환 유학생들이달 하순 뉴욕주 클린턴시 클린턴 하이스쿨 10학년(고 1)에 들어갈 이모(16·서울 K여고 1년)양은 "학교에 갈 날이 기다려진다"며 마치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어린이 마냥 들떠 있었다. 지난 달 중순 미국으로 건너 온 이양이 교환유학을 택한 이유는 단순했다. 영어 수업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학교 성적은 전교 20위권내지만 영어 경시대회에서 입상하는 등 어학에 특히 두각을 나타낸 이양은 "1년 동안 공부해 본 뒤 미국 대학에 바로 진학할 수 있는 길을 찾아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보스턴에서 만난 최모(17·경기 안양 A고 2년)군의 공립학교 교환유학 동기는 "소심한 성격을 고치고 싶어서"라고 했다. 9월 초 위스콘신주 와이오밍시 크레이그고교에 들어갈 최군은 "학교 수업을 따라가는 것은 부차적인 문제"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공립학교 교환유학을 오는 정도의 학생은 기본적으로 학교 성적이 중·상위권 이상이어야 하고 한국에서 별도의 어학테스트(SLEP·Secondary Level English Proficiency)를 거쳐야 하는 만큼 수업을 따라가는 것은 큰 문제가 없으며, 토론식 수업에 적극 참여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지 교사들의 생각은 다소 달랐다. 위스콘신 크레이그고 존슨 교사는 "외국 교환학생 중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해 '성공' 판정을 내릴 수 있는 비율은 전체의 60%를 겨우 넘는다"고 말했다. 상당수 교환학생들이 언어능력 부족으로 수업을 따라가기가 힘들다는 게 존슨 교사의 진단이다.

교육부와 미국 공립학교 교환유학 대행기관인 팍스교환유학재단, 글로벌 에듀케이션 등에 따르면 지난 한해 미국으로 나간 교환유학생만 줄잡아 1,500명이 넘는 것으로 파악되고있다. 2001년 800여명 수준의 2배에 가까운 숫자이며, 금년 하반기에만 1,000명 이상이 교환유학을 떠난 것으로 추정됐다.

무턱대고 떠났다간 낭패

존슨 교사의 말처럼 미국 공립학교 교환유학 프로그램는 인기 못지않게 부작용도 커지고 있다. 교환유학을 다녀온 선배들은 "철저한 사전 준비만이 낭패를 줄인다"고 조언했다. 비록 1년 남짓한 기간이지만 준비 여하에 따라 결과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교환유학의 성공으로 방문용 비자(J1)를 유학용(F1)으로 바꿔 외국 대학에 곧바로 진학하는 학생이 있는 반면 귀국 후 성적이 곤두박질쳐 국내 대학 진학도 실패한 사례도 적지않다.

1998년 위스콘신 공립학교에서 1년간 교환유학을 한 뒤 사립고로 전학, 미국 대학 진학에 성공한 정윤선(22·애리조나 주립대 2년)씨는 "열심히 공부하려는 자세만 있으면 다소 떨어지는 영어 실력은 얼마든지 보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부에 열중하다 보면 학교에 재미를 붙이게 되고, 친구도 많이 생겨 교류의 폭도 넓어진다는 게 정씨가 경험한 비결이다. 정씨와는 달리 지방의 한 전문대에 다니는 이모(21)군은 교환유학이 오히려 해가 된 대표적인 경우. 한국에서 학교 에서 50위권이었던 성적이 교환프로그램 참여 뒤 점점 떨어져 4년제 대학에도 들어가지 못했다. 영어가 부족해 수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고, 결국 자포자기한 상태에서 귀국했으나 좌절감 때문에 성적은 내리막길을 달렸다. 이군의 어머니(50)는 "영어 공부를 다부지게 시키지 않고 보낸 게 화근"이라고 뒤늦게 후회했다.

인디애나대 교환교수로 있는 김영환 교수는 "효과적인 영어 및 문화교육을 생각한다면 공립학교 교환유학이 매력적인 것은 분명하지만, 준비없는 참여는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뉴욕·보스턴=김진각기자 kimjg@hk.co.kr

● SLEP테스트와 비자

TOEFL(Test Of English as a Foreign Language)보다는 수준이 다소 낮은 SLEP(Secondary Level English Proficiency) 테스트를 받아야 한다. 67점 만점으로 150문제를 1시간30분 동안 푼다. 독해45분, 청취 45분 등으로 구성됐다. 45점 이상이어야 합격이며, 응시료는 5만원으로 국내 교환유학을 대행하는 기관에서 일정에 따라 응시할 수 있다.

SLEP 테스트를 통과해 교환유학생으로 뽑히면 일반 학생비자(F1)가 아닌 교류방문자용 비자(J1)를 받게되며 J1비자는 1년이 기한으로 한 학생이 한번만 받을 수 있다. 이들은 유학기간이 끝나면 반드시 귀국해야 하며 미국 대학 진학도 불가능하다. 다만 유학을 마친 후 미국에서 공부를 계속하길 원한다면 일단 귀국해 사립고 입학허가를 다시 받거나 아니면 유학비자를 받아 대학으로 진학하는 방법이 있다.

/김진각기자

● 글로벌아이 미셸 김 원장

"영어소통 능력이 가장 중요합니다."

미 공립학교 교환프로그램 전문 기관인 글로벌아이 에듀케이션 미셸 김(43·사진) 원장은 미국 공립고등학교 교환유학을 꿈꾸는 학생의 첫째 조건으로 '영어 소통능력'을 꼽았다.

김 원장은 "미국 학교 수업을 무리 없이 따라가기 위해서는 출국 전 최소한 6개월여 동안 집중적으로 말하기와 듣기에 주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원장은 또 "공립학교 교환유학은 '빠른 영어습득 및 미국 문화 이해'가 가장 큰 장점"이라고 소개했다. 미국 사립고가 주로 보딩스쿨 형태로 방과 후 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데 비해 공립 교환유학은 자원봉사자로 등록된 호스트 패밀리 가정에서 가족의 일원으로 생활하기 때문에 '꿩먹고 알먹기'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단점도 만만치 않다. 미국측 호스트 패밀리 선정과 참가 학생의 자격미비로 인한 조기 귀국이 가장 큰 골치거리. 김 원장은 "최근 공립학교 교환유학 바람을 타고 우후죽순격으로 등장한 국내 유학 알선기관들이 학생 모집만 하고 정작 호스트 패밀리는 구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않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미국 재단에 송금해야 할 참가비를 떼먹고 사라지는 유령단체들도 속출하고있다.

김 원장은 "공립학교 교환유학에 무작정 신청하는 것은 절대 금물"이라며 "국내 취급 기관의 신뢰 여부를 따져야 하고 미국 현지 재단의 역사나 실적 등도 충분한 지를 사전 검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진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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