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비자금 150억원+α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과 대북 송금 사건 담당 재판부는 이날 이른 아침에 전해진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의 투신자살 소식에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검찰은 사건 핵심 당사자인 정 회장의 자살이 현재 진행 중인 수사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면서 이번 수사와 정 회장의 자살을 연관시키는 시각에 경계심을 나타냈다.문효남 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은 이날 오전 정 회장 소환 조사 사실을 밝히면서 "고인의 사망에 심심한 애도를 표하며 충격을 금할 수 없다"고 조의를 표했다. 그는 그러나 "정 회장이 출퇴근 조사를 받으면서 변호사들을 대동해 수시로 접견하고 식사 때도 변호사가 동참하는 등 좋은 분위기에서 조사가 진행됐다"며 정 회장의 자살이 전혀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검찰은 정 회장이 소환 조사를 받은 지 만 하루 남짓 만에 자살한 데 대해 무척 당혹스러워 하는 눈치다.
검찰은 3차례 소환 조사에서 이미 특검 수사에서 드러난 150억원 외에 추가 비자금 부분을 조사했다고 밝혔다. 150억원 돈세탁의 주역으로 알려진 김영완 씨가 해외로 도피한 마당에 사건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핵심 당사자인 정 회장을 상대로 집중 조사를 벌인 것으로 보인다. 검찰 수사에 대한 심리적 중압감이 정 회장을 자살로 내몰았을 수 있다는 추측이 나오는 이유다.
대북 송금 사건 재판을 맡고 있는 서울지법 형사합의 22부 김상균 부장판사는 "참 맑은 사람인 것 같았는데 안타깝다. 재판과정에서 마음이 상하지 않았을까 하는 걱정이 든다"며 애도를 표했다.
그는 "최근 정 회장측이 제출한 변론요지서 등을 볼 때 정 회장이 뭔가 심경변화를 일으켰다는 점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며 "놀랍고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이번 대북 송금 사건 재판이 사실상 모든 심리를 마치고 결심을 앞둔 상태라는 점에서 직접적인 관련성은 적은 것으로 해석했다.
한편 정 회장의 변호인인 이종왕 변호사는 "주임 변호사로서 능력부족으로 이런 상황을 초래한 데 대해 죄송하다"면서 "검찰 조사과정에서 강압적이거나 무리한 수사는 없었다"고 말했다.
/노원명기자 narzis@hk.co.kr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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