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연패. 한때 야구의 대명사로 불렸던 롯데구단의 요즘 성적이다. 그 충격 속에 롯데의 백인천 감독 경질설이 일부 언론에 보도되기 시작한 4일 오전 구단 홈페이지는 팬들의 한풀이 마당으로 변했다. 사령탑 교체를 환영한다는 반응 못지않게 "감독만 바꾸면 뭐하느냐"는 비난도 거셌다. 롯데가 시즌 중 감독을 경질한 것은 5번. 최다 꼴찌 경력의 롯데는 팀 성적이 나쁠 때마다 감독 교체라는 '깜짝 쇼'로 비난의 화살을 피해가곤 했다.구단측은 손사레를 치고 있지만 백 감독의 교체는 기정 사실처럼 굳어져 있다. 사상 첫 3년 연속 꼴찌 기록 경신의 벼랑에 몰려 있는 요즘 다른 선택의 여지도 없어 보인다.
롯데가 이번에도 감독 교체 카드로 위기를 모면할 수 있을까. 대답은 '아니올시다'이다. 롯데는 말기 암환자나 다름없다. 백약이 무효인 상태다. 지난해 6월 백 감독 취임 이전부터 롯데는 이미 중환자실에 있었다. 스포츠마케팅의 최대 황금어장인 '구도(球都)' 부산의 프리미엄에도 불구하고 롯데는 '짠물경영'에 지역 출신 스타들을 무시한 독단적 선수관리로 병색이 깊어만 갔다. 택시기사들에게 '사직구장 더블'을 외치던 골수 팬들은 떠나가고 프로야구 열기도 식어갔다. 그런데도 롯데가 백 감독의 손에 쥐어준 것은 '메스' 뿐이었다. 첨단 장비와 의료진의 지원없이 집도의 혼자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롯데식 야구'는 야구만의 얘기는 아니다. 환부는 그대로 둔 채 무늬만 바꾸는 처방은 결국 전체를 병들게 한다. 외환위기 전후로 각 분야에서 숱하게 목격된 경험칙이기도 하다. '롯데식 야구'는 롯데그룹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지도 모른다. 체질을 바꿀 의사가 없으면 롯데는 야구에서 손을 떼는 것이 낫다.
김병주 체육부 기자b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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