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의 신작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존 포드의 전설적인 서부극, 슬로베니아 차드 칠레 팔레스타인 등 제 3세계 주목받는 신인들의 작품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을까. 이 모두를 함께 누리고 싶은 '시네필'(영화 마니아)이라면 '광주국제영화제'(www.giff.or.kr)를 눈여겨 볼 만하다.제 3회 광주국제영화제가 8월22∼31일 광주 충장로 극장가와 남도예술회관 등지에서 열린다.
'세계의 역량 있는 신예 감독 발굴과 영화사의 거장 재조명'을 내세운 이번 영화제는 개막작인 김기덕 감독의 신작, 폐막작인 라울 루이즈의 '그날'을 비롯해 브라이언 드 팔마의 '팜므 파탈', 구스 반 산트의 '제리', 왕 샤오슈아이의 '방랑자' 등 화제작을 준비했다.
김기덕 감독의 신작은 동승의 성장과정을 계절의 순환을 빌어 상징화한 작품이며 칠레의 중견 감독인 라울 루이즈의 '그날'은 모든 사람에게서 천사를 보는 여자와 정신병자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초현실적인 코미디다.
새로 만든 '논픽션 시네마' 부문과 올해 타계한 예술영화의 거장인 모리스 피알라와 조앙 세자르 몬테이로 두 감독의 회고전, 웨스턴 영화사에 큰 족적을 남긴 존 포드 감독 회고전, 스즈키 세이준 등 전성기 일본영화를 빛낸 감독을 다룬 '일본 액션영화 걸작선', 안성기 회고전도 관객을 손짓한다.
젊고 새로운 감독을 내세운 '영 시네마 섹션'은 광주가 가장 역점을 두는 부문이다. 슬로베니아 최초의 여성감독 마야 바이스가 만든 장편 '국경의 수호자', 고단한 변두리의 삶을 묘사해 지난해 폴란드 국내 영화상을 석권한 트자스칼스키 감독의 '에디', 단 두 명뿐인 차드 출신 감독 가운데 하나인 마하마트 살레 하룬의 '아부나'등 평소 접하기 어려운 제 3세계 영화가 선을 보인다.
물론 100여 편의 작품과 13억원의 예산 등 외형으로 보자면 광주는 부산, 부천, 전주에 비해 규모가 작은 영화제다. '특징 없다'는 그간의 비판을 이겨낼 정도로 이번 영화제가 획기적인 변신을 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그러나 내실 있는 프로그램이 적지 않다. "거장 존 포드 회고전에 공을 들였다"는 임재철 수석 프로그래머의 말대로 '리오 그란데' '분노의 포도' '역마차' 등 존 포드의 14작품은 주목에 값한다. 스즈키 세이준의 '살인의 낙인'이나 모리스 피알라의 '반 고흐' 등 뛰어난 작품과 신인들의 힘 있는 작품을 직접 발굴하는 즐거움은 관객의 몫이다.
/이종도기자 ecr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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