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첨단기술과 산업정보를 지켜라.'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외국의 산업·기술 스파이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AP 통신은 4일 데이비드 스자디 FBI 차장보의 말을 인용, FBI가 국내 방첩활동의 방향을 기술정보 보호에 맞춰 전면 수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FBI는 이를 위해 최근 냉전 종식 후 처음으로 전국 56개 지부에 산업정보 보호를 위한 방첩본부를 신설하고 정보원 167명을 보강했다. 각 지부의 방첩본부는 스파이 활동의 잠재적인 표적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를 벌인 뒤 이를 취합, 국가적인 보호 우선순위를 정하게 된다.
방첩활동의 방식도 대폭 바뀌고 있다. 주요 정보활동 대상을 종래의 미국 주재 외교공관과 외교관에서 기업, 연구기관, 대학 등으로 확대하기 시작했다.
FBI는 지금까지 미국에 주재하는 4만 여명의 외국 외교관 중 상당수가 정보기관원일 것으로 보고 이들에 대한 감시에 주력해 왔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으로는 산업스파이에 대처할 수 없다는 판단 아래 정보와 기술을 생산하는 각급 민간, 정부기관을 직접 보호하기로 한 것이다.
FBI의 이러한 변신은 소프트웨어에서 과학연구 성과, 국방기술에 이르는 미국의 첨단 산업정보가 외국 스파이 활동의 대상이 됐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로버트 뮬러 FBI 국장은 최근 의회 청문회에서 "산업스파이 활동을 막지 못하면 미국의 안보와 군사적·경제적 우위가 크게 침식될 것"이라고 말했다.
FBI가 가장 주목하는 방첩활동 대상국은 중국이다. FBI는 앞으로 10∼15년간 중국이 세계최대의 대미 산업스파이 활동 국가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FBI는 3,000여 개에 이르는 미국 내 중국기업들의 주요 활동 목적은 산업기술 정보 절취에 있다고 보고있다. 아울러 중국인 관광객, 유학생, 기업인 중 상당수도 중국의 국가안전부로부터 임무를 부여받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FBI는 러시아와 대만, 인도 등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최근 미국의 접착제 메이커인 아베리 데니슨은 신기술 정보가 대만 기업으로 넘어가는 바람에 5,000만 달러 손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뮬러 국장은 "산업정보 보호가 대테러 정보활동에 버금가는 중요성을 갖는다"며 "산업스파이 방지를 테러 방지와 동일선상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걸려들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추적해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배연해기자 seapow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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