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양길승 부속실장의 사표를 비디오 촬영 등에 대한 수사가 마무리 된 뒤 하겠다는 것은 잘못된 결정이다. 노 대통령은 양 실장의 사표를 지체없이 수리해야 마땅하다. 누가 무슨 이유로 몰래 비디오 촬영을 해 테이프를 방송사에 제공했느냐 등은 사안의 본질과는 관계가 멀다. 양 실장이 청주에 내려가 비록 본인은 몰랐다고 하지만 사직당국으로부터 수사를 받고 있는 당사자로부터 향응을 받았고, 청와대는 자체감사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인지했음에도 이를 감쌌다는 게 문제의 핵심이다.노 대통령은 장·차관과 청와대 고위 참모진이 참석한 국정토론회에서 "'(경질하지 않으면) 나와 청와대가 심각한 파문을 입을 것'이라는 권고 때문에 사표를 수리하지 않았다"면서 "이유가 그것 이라면 (사표를) 수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진상을 밝히고 해도 되는데 언론 때문에 후속기사가 두려워 아랫사람을 목 자르고 싶지는 않다"고 파문의 본질이 마치 언론 보도에 있는 듯한 주장을 했다. 언론 보도에 대한 지나친 피해의식 이거나, 책임을 언론에 전가하려는 엉뚱한 발상이다.
청와대가 음모설을 주장하면서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것과 양 실장의 향응이 청와대 비서진의 도덕적 해이를 말해주고 있다는 점은 전혀 별개의 사안이다. 노 대통령의 죽마고우인 정화삼씨가 향응에 동석했다거나, 조직적이고 치밀하게 비디오 촬영이 이뤄졌다는 등의 사실은 분명하게 밝혀져야 하지만 곁가지에 불과하다.
청와대는 6일께 징계위원회를 열어 양 실장 사표의 수리 여부를 결정한다고 한다. 양 실장 자신이 향응 행위가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누를 끼쳤음을 인정해 즉시 사표를 제출했고, 3만원 이상의 금품과 향응수수를 금지한 청와대 윤리규정을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그의 처신에 문제가 있었음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노 대통령이 사표수리를 미루고 징계위원회가 뒤늦은 결정을 하는 것은 사태를 보는 시각이 국민정서와 괴리가 있음을 확인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노 대통령은 더 늦기 전에 양 실장의 사표를 수리하고, 청와대 주변의 도덕성 해이를 진솔하게 사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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