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정치권은 4일 정몽헌 회장 죽음과 특검 수사의 연관성을 놓고 미묘한 신경전을 벌였다. 여권에선 대부분 구주류 및 소장 의원들이 특검 수사를 밀어붙인 한나라당의 책임을 주장한 반면 신주류 핵심들은 특검을 수용한 청와대에 불똥이 튈 것을 우려,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다. 한나라당은 전 정권의 무리한 대북 사업을 탓하며 방어막을 쳤다.민주당 구주류인 한화갑 전 대표는 "최근 특검과 검찰 수사가 마음에 큰 부담이 된 것 같다"며 안타까워 했다. 정균환 총무는 "노무현 대통령이 특검을 거부했어야 했다"며 정 회장의 죽음을 특검 수사와 직접 연결시켜 청와대에 화살을 겨눴다.
당무회의에서 김경천 의원은 "특검이 정 회장을 죽였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에 정동채 김희선 의원 등 신주류는 "말을 참아달라", "부적절한 발언이니 회의록서 삭제하라"고 반발했다. 그러나 김 의원은 "특검이 죽였지 누가 죽였느냐"며 주장을 거두지 않았다.
김영환 의원은 "정 회장의 죽음은 자살이 아니라 냉전의 올가미에 씌워 죽은 타살"이라고 분개했다. 김성호 의원은 "냉전수구 세력들이 끊임없이 반대하고 발목 잡은 것이 정 회장을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한나라당을 비난했다. 정대철 대표는 "충격적이고 안타까운 일"이라며 애도했고 문석호 대변인은 "고인의 죽음으로 남북 경협사업과 경제에 차질이 없길 바란다"고 논평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권력이 정 회장을 죽음으로 몰아 넣었다"며 자살 배경과 원인에 대한 철저한 규명을 다짐했다. 그러면서도 정 회장이 대북송금 특검 수사와 재판, '150억원+?' 수사에 심한 정신적 압박을 느꼈다는 얘기가 나오자 특검을 밀어붙였던 자신들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을 경계했다. 홍사덕 원내총무는 "지난 시절 남북한 위정자들이 유망한 한 기업인을 어떻게 죽음으로 몰아넣었는지 그 경위는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며 '남북한 위정자'들의 책임을 주장했다. 그는 "그것이 특검이든 청문회든 국정조사든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모든 기업이 유동성 확보와 부채 줄이기에 나섰던 시기에 정권이 5억달러의 현금을 약탈한 만행의 과정은 아직 하나도 밝혀진 게 없다"고 강조했다.
휴가 중인 최병렬 대표는 임태희 비서실장의 전화 보고를 받고 "경제가 어려운데 재계의 중요한 인물에 이런 일이 생겨 안타깝다"고 애도했다.
/유성식기자 ssyoo@hk.co.kr
배성규기자 veg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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