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은 자살 직전 서울 보성고 동창인 박기수(54) 전 현대상선 미주본부장(전무)과 함께 술을 마시며 최근 자신을 둘러싼 상황과 관련해 평정을 찾으려 애썼던 것으로 알려졌다.정 회장은 대북비밀송금 사건 3차 공판이 끝난 지난 1일 밤부터 다음 날 새벽 4시30분까지, 자살 직전인 3일 밤 강남의 한 카페에서 박 전무와 함께 술을 마셨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정 회장이 옛 동창 중에 마음 속 얘기를 주고 받을 수 있는 박 전무를 전화로 먼저 찾은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보성고를 거쳐 중앙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박 전무는 대우그룹 출신으로 미국으로 이민을 간 1983년 정 회장에 의해 현대상선에 특채됐으며, 96년 상무, 99년 전무로 승진하면서 미주본부장에 취임했다. 지난 해 말 미주본부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사표를 제출하고, 현대상선의 법인 관계사인 LA하역전문회사의 회장으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박 전무는 대북송금 과정에서 정 회장의 부탁으로 북한으로 자금을 빼돌리는 창구 역할을 하는 등 대북비밀송금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주변에서는 평소 내성적인 정 회장이 박 전무에게 최근 검찰 수사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하고 있다.
/신재연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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