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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窓]애연가를 위한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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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窓]애연가를 위한 변명

입력
2003.08.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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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연기의 고독 속에 방랑하던 시인 '꽁초'(空超)는 당시의 평균수명보다 아주 오래 살았다. 인생의 가장 큰 즐거움이 끽연이라던 린위탕(林語堂)은 산수(傘壽·80세)를 넘겼다. 노벨 문학상까지 받은 영국 정치가 윈스턴 처칠은 졸수(卒壽·90세)를 넘겼고, 도예가 해강(海剛)은 백수(白壽·99세)를 즐겼다. 반면"담배 맛있습니까? 그거 독약입니다"라며 자신의 흡연을 회한했던 코미디언은 아까운 나이에 타계했다.흡연에 따른 개인 수명은 천차만별이다. 또한 민족에 따라서도 차이가 난다. '흡연 천국'일본은 평균 수명이 우리보다 6년(2001년 기준)이나 긴 최장수국이다.

담배 연기에는 4,000여종의 유해물질이 들어있고 이 중 40여종은 발암성이라 한다. 흡연자가 식도암으로 사망할 위험은 4.6배나 높단다. 인구 10만명당 비흡연자는 1.69명, 흡연자는 7.77명이 식도암으로 죽는다. 수치상으로는 4.6배이지만 사실은 0.00169%와 0.00777%로 별 차이가 없다. 과장한 측면이 있지 않나. 우리 의사의 34.7%(2001년 기준)가 담배를 피운다.

아무튼 담배를 열심히 피우면 절대로 노망들지 않는단다. 왜냐? 노망나기 전에 죽기 때문이란다. 결국 애연가는 자신의 수명을 단축시키면서까지 사회에 기여하는 셈이다. 일찍 죽으므로 치매환자가 줄어든다. 사회의 노령화 속도도 늦춘다. 국민연금도 축내지 않는다. 의료보험 재정에도 기여한다. 애연가는 병치레가 잦지만 평생의 총 의료비가 비흡연자 보다 적게 들어간다는 게 전문가의 계산이다. 일반적으로 애연가의 수명이 비흡연자 보다 짧다는 전제 하에서다.

애연가는 세금도 많이 낸다. 2,000원짜리 담배 한 갑을 살 때마다 담배 소비세, 부가가치세, 지방교육세, 건강증진 부담금 등을 합쳐 무려 1,100원이 넘는 세금과 부담금을 낸다. 담뱃값을 1,000원 올리면 3조 8,620여억원의 기금이 조성된다지 않는가. 애연가는 담배 농가와 담배 소매상도 먹여 살린다. 지방자치단체도 살린다. 담배 소비세가 지방세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7∼44%나 된다고 한다.

주무장관이 국민건강을 위해 담배에 붙는 세금이나 부담금을 올리겠다고 나서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사회주의 국가도 아닌데 어떻게 장관이 시장 상품인 담뱃값을 갑당 5,000원이니 하며 획일적으로 정하겠다고 하는 걸까. 이래서 성인 남성의 61%라는 애연가들은 더욱 어리둥절하다.

조 영 일 연세대 화학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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