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헌 현대아산이사회 회장의 자살을 계기로 고 정주영 명예회장 일가의 계속되는 비운에 대해 안타까워하는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정주영가(家)의 비극은 인천제철 사장이던 장남 몽필씨가 1982년 4월 교통사고로 숨지면서 시작됐다. 장남의 사망 이후 정 명예회장은 둘째 몽구씨 등 아들 5명에게 계열사를 나눠 맡겨 경영토록 하면서 후계자를 찾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90년 넷째 아들 몽우씨가 정신질환을 앓던 끝에 서울의 한 호텔에서 음독자살, 충격을 주었다. 주변에서는 몽우씨의 자살이 아버지의 기대에 대한 심리적 중압감 때문이라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8남1녀의 유복한 가정을 꾸미던 정 명예회장이 자녀 2명을 앞세우는 비극을 당한 것이다.
2000년 현대그룹의 경영권 계승을 둘러싸고 벌어진 '왕자의 난'으로 인해 정몽헌 회장과 정몽구 회장은 정면 충돌했고, 정몽헌 회장이 사망함에 따라 두 사람 간의 화해는 영원히 이뤄지지 못하게 됐다. 정몽구 회장은 지난 3월 20일 정 명예회장의 제사에도 아들인 정의선 현대·기아차 부사장만 보낸 채 불참,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당시 정몽구 회장은 정 명예회장의 선영에도 혼자 다녀와 정몽헌 회장과의 대면을 피했다.
정 명예회장의 6남인 몽준씨의 부침도 극적이다. 현대중공업의 대주주로 있으면서 2002년 월드컵 유치와 성공적인 개최를 등에 업고 한때 국민적 영웅으로 떠올랐다. 지난해 대선 때에는 후보로 출마한 뒤 노무현 후보와의 단일화에 성공, 찬사를 한 몸에 받기도 했다. 그러나 몽준씨가 막판에 단일화를 철회하자 찬사는 일순간에 비난으로 바뀌었고, 2대에 걸친 대권 도전은 완패로 귀결됐다.
친척 가운데서도 한때 재계 서열 10위권까지 넘보다 97년 해체된 한라그룹 정인영 전 명예회장(정 명예회장 첫째동생)의 차남 몽원씨는 지난해 5월 우량 계열사를 통한 한라중공업 지원문제로 구속기소돼 같은해 10월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가 보석으로 풀려나 현재 항소중이다. 또 후계자 경쟁에서 밀려난 장남 몽국씨가 자신 소유 한라시멘트 주식을 임의로 처분했다며 몽원씨를 사문서 위조 및 행사 혐의로 고소해 재산을 둘러싼 형제간 갈등마저 벌어지고 있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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