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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인용 식탁 / 너무 분위기 잡는 "감성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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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인용 식탁 / 너무 분위기 잡는 "감성 미스터리"

입력
2003.08.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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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방에다 눕히셔야겠네요." 남자를 움직인 것은 바로 이 말이었다.유독 공포 영화가 많이 쏟아지는 올 여름 '감성 미스터리'를 표방한 '4인용 식탁'은 죽은 아이가 보이는 남자 정원(박신양)과 마찬가지로 그들을 볼 수 있는 여자 연(전지현)의 이야기다. 우연히 어머니에 의해 살해당한 두 아이와 지하철에 동승했던 정원은 신접 살림을 준비하던 아파트의 식탁에 앉아있는 바로 그 아이들의 모습에 시달리고, 기면증(졸도하듯 잠에 빠지는 증세) 환자인 연이 이 아이들을 본다는 사실을 알게 되며 그녀에게 집착한다.

정원이 아이들의 모습을 보게 된 것은 바로 유년 시절의 잃어버린 기억 때문이며, 이 기억을 살려준 이가 무당의 딸 연. 기억을 잃어버린 남자와 기억을 살려주는 여자의 만남은 고통의 시작이며, 비극 자체다. "사람들은 받아들일 수 있는 것만을 진실이라고 믿는다"는 연의 말은, 영화가 호러의 형식을 빌어 인간의 진실에 대한 눈가림을 드러내려 함을 알려준다.

'엽기적인 그녀'로 스타덤에 올랐지만 여전히 CF 스타로만 기억되는 전지현은 이번 영화 최대의 수혜자가 될 듯하다. '시월애'와 '엽기적인 그녀'에서 매우 부정확했던 그녀의 발음은 안정적으로 변했다. 기억을 되살려주는 악역을 맡은 자신의 존재에 괴로워하는 여자의 역할을 평이하게 해냄으로써 코믹 장르 뿐 아니라 두루 쓰임새가 있는 연기자로서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그렇다고 전지현의 연기가 빼어난 수준은 아닌데다 박신양의 연기는 특징적이지 못하고, '감성 미스터리'라는 형식 역시 초반부의 지루함을 상쇄할 명분이 되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아이가 여럿 죽고, 투신 자살이 세 건이나 되는 센세이셔널한 설정이 '분위기'에 치중한 연출과는 부조화를 이루기 때문이다. 신인 감독 치고는 연출이 꽤 노련하지만, 그렇다고 심리 스릴러를 호러와 동일시하는 일반 관객의 욕구를 채워주는 데는 부족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감독 이수연. 8일 개봉.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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