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하건 안하건, 전지현은 현재 '포스트 심은하'다. 따라서 '4인용 식탁'(감독 이수연)을 둘러싼 스포트라이트가 온통 그녀에게로만 쏟아진다 한들 하등 이상할 것도 없어 보인다.영화의 평가는 무엇보다 '탈 엽기녀'를 선언한 그녀의 연기 변신에 의해 적잖이 좌우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박신양으로선 내심 불쾌할 수도 있겠지만.
그 변신에 대해 난 지지의 한 표를 던진다. 어색한 발성 탓에 때론 거슬리긴 해도 대체적으로 '엽기적인 그녀'와는 180% 변모한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여느 여배우들처럼 짙은 화장기 없이 소화해낸 표정 연기가 특히 인상적이다.
매체의 호들갑과는 달리 그러나 영화는 결코 전지현만을 위한 헌가는 아니다. 영화는 '스타 매개물(Star Vehicle)'이 아닌 것이다.
영화는 크게 보면 변종 공포물로 분류됨직하다. 줄곧 다른 사람들의 과거가 보이면서도 죽도록 외로운 여자 연과, 어느 날 귀신이 보이기 시작한, 그 때문에 하루하루가 무서운 남자 정원의 섬뜩한 비밀 이야기. 그렇다고 '장화 홍련'(감독 김지운)처럼 공포의 시청각적 강도가 센 건 아니다. 일반 관객들이 잔뜩 기대할 법한 그 두 남녀 사이의 멜로 코드도 거의 없다. 어느덧 한국 영화의 주된 경향이 되어버린 코믹 터치나 액션 등은 아예 눈을 씻고 봐도 찾아볼 수 없고.
그렇다면 대중상업영화의 자극적 요소들이 없다는 의미? 그렇다. 내가 거창하게 '감성 미스터리'를 표방한 영화에 각별한 주목을 하는 이유다. 최고 인기를 구가 중인 주류 스타들을 기용해 이토록 비주류적·실험적 감수성과 스타일을 구현한 여성 신예 감독 이수연의 용감한 선택이 진정 놀랍기 그지없다.
하지만 영화가 어떤 이들에겐 다소 버겁게 비칠 수도 있을 성싶다. 그런 분들은 일본 지브리 스튜디오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이어 감동적으로 빚어낸 판타지 어드벤처 애니메이션 '고양이의 보은'이나 '더 록''아마겟돈''진주만'의 감독 마이클 베이가 전작의 윌 스미스와 마틴 로렌스를 재기용해 8년 만에 선보인 코믹 블록버스터 버디 무비 '나쁜 녀석들 2' (사진) 중에서 골라 보면 제격일 듯.
혹 '고양이의 보은'을 선택한다면, 허를 찌르는 듯한 그 기발한 상상력과 물 흐르듯 유려한 극 전개를 토대로 한 재패니메이션의 저력에 적잖이 감탄하게 될 것이다. 날이 갈수록 3D의 전격적 침공 앞에서 왜소해지고 있는 2D 셀 애니메이션 특유의 매력에도 새삼 흠뻑 빠지게 될 테고. 고양이가 말하는 것이야 그렇다손 치더라도, 흔히 불길한 동물로 간주되곤 하는 고양이가 인간의 작은 은혜에 큰 보답을 하려 하다니, 그 얼마나 환상적이요 교훈적 설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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