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마음이 무척이나 넓고 사랑이 넘치는 좋은 분이었어요. 아버지는 우리의 친구였어요."사담 후세인의 두 딸 라가드(34)와 라나(32)가 1일 망명지인 요르단 암만에서 눈물을 글썽이며 아버지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을 토로했다.
두 자매는 이날 암만의 왕궁에서 미국 CNN 및 아랍어 위성방송 알 아라비야와 한 기자회견에서 미군에 쫓기는 아버지의 안녕을 빌었다. "아버지, 보고 싶어요, 아주 많이. 신이여, 아버지를 가호해주소서."
자매는 또 후세인의 몰락을 재촉한 측근들의 배신에 분노를 터뜨렸다. "아버지가 절대적으로 신뢰했던 사람들이 아버지를 망가뜨렸다. 그들은 나라를 배신했고, 아버지를 배신했다. 그들은 인간의 도리와 아랍의 명예를 저버렸다."
이들은 오빠 우다이와 쿠사이, 여동생 할라와 함께 후세인의 첫 부인 사지다가 낳은 친자매이다. 바그다드 함락 이후 피란생활을 하다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이 인도적 차원에서 배려해 자녀 9명과 함께 요르단으로 왔다.
자매는 미군에 사살된 두 오빠에 대해 이슬람식으로 장례를 치르겠다며 미국에 시신 반환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후세인 정권 전복을 기도했던 남편들이 아버지의 지시로 살해됐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결코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들은 "바그다드가 쉽게 무너진 것은 엄청난 충격이었다"며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바그다드가 함락된 4월 9일 아버지가 경호팀을 붙인 자동차를 우리 거처로 보내왔다. 교외에서 가족들이 합류했지만 근처에 로켓포탄이 비오듯 떨어져 어떻게 할 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어머니의 권유로 각자 흩어져 살길을 찾기로 했다. 헤어질 땐 모두가 끌어안고 울었다. 그 뒤로 어머니는 보지 못했다."
자매는 "여기(요르단)서 아이들과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으면 좋겠다. 이젠 여기가 집같이 느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배연해기자 seapow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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