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들어 주가가 힘찬 출발을 보여주었다. 미국 경기 호조세와 북한의 6자 회담 수용 발표에 크게 고무된 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 핵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잡히고 있다는 조심스러운 예단을 낳고 있는 6자 회담 소식은 향후 장세를 가늠해 보는데 있어서도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1989년의 말타 회담으로 종결된 냉전 이후의 세계 경제와, 특히 1990년 이후 미국 경제의 향방에 대해서는 정반대의 예측이 있었다. 먼저 냉전이라는 보이지 않는 전쟁이 지속되면서 미국은 엄청난 국방비를 지출해야 했고, 이는 보이지 않게 미국과 세계 경기를 뒷받침해온 일종의 특수(特需)였다는 주장이다. 즉 냉전이 미국의 승리로 끝났다고는 하지만 그 동안 냉전을 이끌어온 미국 경제가 엄청난 군비증강에 따른 경제적 모순 심화로 인해 오랜 침체에 시달리고 이는 세계 경제에도 불황의 그림자를 드리우게 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나왔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파괴적인 군비 확장으로 어려워진 경제에 일종의 평화배당(peace dividend)이 주어질 것이라는 낙관적인 예측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보면 낙관주의자들의 평화배당 주장이 비관론보다는 역사적으로 그 타당성을 인정받고 있는 듯하다.
경제는 단기적으로는 재고 동향에 의해, 중기적으로는 설비 투자 동향을 통해, 그리고 길게는 신기술의 발전을 통해서 주기적으로 호황과 불황의 사이클을 만든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 경제는 지난 50년을 지속해 온 냉전 사이클의 가장 끝자락에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이 모든 다른 경제 요인을 우선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앞으로 10년이상 한반도의 운명을 좌우하게 될 흐름을 쥐고 있는 힘은 우리들 밖에, 그리고 경제의 외부에 있으며 그 핵심에는 북한 핵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일본 경제가 말타 회담 한 달 후 사상 최고의 주가를 경신한 이후 지금까지 불황의 여파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단순한 경제 논리로는 풀리지 않는 부분이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최근 외국인들이 꾸준하게 우리 주식을 사고 있는 것에 대해 외국인 투자자들이 우리 한반도의 운명에 관해 뭔가 선취매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추측을 낳고 있다. 그리고 최근 북한 핵 문제가 평화적인 해결을 향해 다가가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외국인의 투자도 계속 늘고 있는 국면에서 우리 증시에서도 평화배당의 가능성 역시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 북한 핵 문제만 해결 된다면 펀더멘털(경제 기초체력) 측면에서 상승을 가져올 수 있는 여력은 증시 내부에 이미 갖추어져 있는 것은 아닐까?
/제일투자증권 투신법인 리서치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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